[경상시론]22대 총선, ‘문화예술’ 발전의 의미있는 전환점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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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22대 총선, ‘문화예술’ 발전의 의미있는 전환점 되기를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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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해 시인·전 울산문인협회장

필자는 지난 수요일, 32일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영화 ‘파묘(破墓)’를 관람했다. 개봉 며칠 전에 여의도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국제금융센터(IFC) 방향 지하 통로에 수백 장의 포스터가 붙어 있던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문화가 있는 날’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문화 산업 활성화를 위해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문화시설을 할인·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만든 날로 4대 고궁과 국립박물관, 미술관을 비롯해 주요 영화상영관의 관람료가 그 대상이라고 한다.

‘문화’는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다. 음식문화, 관람문화, 복식(服飾)문화, 또래문화, 선거문화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으레 문화가 만들어진다. 특히 ‘문화’에는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이라는 합성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음악·미술·공연·전시 등의 예술 분야가 문화적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2006년,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튀르키예, 이집트, 그리스 등 3국에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발굴 중인 룩소르(Luxor) 신전과 피라미드 등 찬란한 고대 이집트 문화를 친견(?)한 날, 카이로의 숙박지에서 TV 채널을 돌리다가 눈에 확 들어온 드라마 ‘대장금’을 접하고 전율을 느꼈다. 2003년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가 거의 동시에 나일 문명의 발상지인 머나먼 아프리카 북부에까지 소개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지구촌 곳곳에 한류(韓流)의 싹이 트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지난 3월12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2월에 전 세계 한류 팬이 2억2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K-컬처(culture)가 세계인의 보편적 콘텐츠로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 싸이(PSY)를 필두로 해 방탄소년단·블랙핑크 등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확산한 K-POP, 라면·김치 등 K-푸드,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의 K-시네마나 K-드라마는 세계인들에게 폭발적 관심을 받는 K-문화의 주요 구성요소이다.

유럽의 발칸반도나 코카서스 지역, 중앙아시아, 중남미는 물론 아프리카의 오지에도 우리의 걸 그룹 칼군무를 따라 추는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전 세계에 1460여 개의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한국 문화에 매료된 지구인들의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안녕하세요~!’로 뜨겁게 달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제에 우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를 더 발굴하고 개발함으로써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한층 깊숙이 ‘세계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문화는 그 나라 구성원의 정신과 국민성을 담아내고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그릇이다. 문화를 생산하고 창출해 유통하는 일은 생산자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것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통해 다시 수요를 확대함으로써 가치를 재생산하는 데 의의가 있다.

바야흐로 22대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선거 때마다 온갖 공약이 난무하지만, 이번에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되는 선량(選良)들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문화예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진흥방안을 마련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문화에 대한 애정이 단발성이거나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주체인 예술인들과 시민, 행정 당국과 정치권에서 효율적인 협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에는 휴일이 없다. 이제는 매일매일이 ‘문화의 날’이어야 한다.

‘바로 지금’ 활기찬 우리 문화를 에너지원으로 해 더욱 국격을 높이는 전환점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예술의 융성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권영해 시인·전 울산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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