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82)]초나라 장왕의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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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82)]초나라 장왕의 근심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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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위나라 무후가 신하들과 회의를 했는데, 자신의 의견이 가장 옳고 어떤 신하도 그에 미치지 못했다. 무후는 회의가 끝난 뒤 조정에서 물러 나오며 얼굴에 희색이 가득했다. 오기가 나아가 말했다.

“초 장왕이 신하들과 회의를 했는데, 자신의 의견이 가장 옳고 어떤 신하도 장왕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장왕은 회의가 끝난 뒤 조정에서 물러 나오며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이를 본 신하 무신이 까닭을 물었습니다. 장왕은 ‘옛말에 자기보다 나은 스승을 얻으면 천하를 다스리고, 동지를 얻으면 패업을 이루며, 자기만한 이를 얻으면 나라를 겨우 지키고, 자기만 못한 이들밖에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신하들 가운데 나를 넘어선 자가 없으니 나라가 망할까 걱정되오!’ 초 장왕은 자기만한 신하가 없어서 근심에 잠겼는데 임금께서는 기뻐하시다니요!”

<순자> ‘요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기보다 못한 부하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도자는 위태롭다. 자기가 위태롭다는 것조차 모르는 지도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리더는 자신의 귀가 넓어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자기가 갖지 못한 나은 점을 지닌 부하, 자기와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부하들을 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혜를 빌리기 위해 기꺼이 마음을 열고 있는지, 아니면 자기보다 못한 부하 직원을 이기는 것을 즐기면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홀로 명령하는 것을 즐기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크고 작은 조직들이 무수히 많고 그만큼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도 많다. 그런데 세상에는 자기보다 나은 부하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리더, 부하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리더, 리더라는 권력에 취해 자기가 최고인 줄 알고 자기 생각만으로 조직을 이끌고 가려는 리더들이 너무나 많다. 한비자는 한 명의 지혜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만 명의 지혜보다 나을 수 없다고 했다. 자기가 자기를 돌아보고 살피기는 쉽지 않으니, 애당초 리더를 뽑을 때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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