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진료’ 내몰리는 울산 소아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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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진료’ 내몰리는 울산 소아환자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4.04.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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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의사 사회가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에서는 전문의료인력 부족으로 소아 환아들이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으며, 올해는 울산 유일의 병원학교까지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교육부 특수교육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전국 38개 병원에서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재학생은 465명에 달한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병원학교가 없는 지역은 울산이 유일하다.

병원학교는 병원에서 3개월 이상 장기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아를 위해 운영하는 학교다. 학교 출석이 어려운 건강 장애 학생이 추후 완치돼 학교로 복귀했을 때 수업을 잘 따라가도록 병원 내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정식 교육기관이다.

울산은 ‘울산다솜병원학교’가 2007년 울산대병원에 개교하면서 첫 번째 병원학교가 됐다. 울산시교육청이 운영을 담당했으며, 인근 전하초등학교에서 교사 1명이 파견돼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울산의 유일한 병원학교였던 다솜병원학교는 올해 1월 폐교됐다.

운영 당시 학생 대부분이 소아암 환아였는데, 2022년 소아암 전문 교수의 정년퇴임으로 병동 운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울산 소아암 환아는 지역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양산부산대병원이나 서울·수도권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소아암이 아니더라도 소아병동 입원 환아 가운데 병원학교 입교를 희망할 경우 타지역 대학병원으로 옮겨가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소아암 전문의는 69명뿐이다. 이마저도 43명이 수도권에 근무하고 있고, 절반은 10년 뒤 은퇴를 앞두고 있다. 고강도, 고난이도, 고위험 의료서비스의 특성과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급감으로 소아청소년암을 진료하는 의료진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이다. 소아청소년암은 성인암에 비해 의료 인력 투입량은 많은 반면 수가는 낮아 진료를 지속하려는 병원도 줄고 있다.

부울경 지역의 경우 상급병원은 총 9곳으로 호남 지역보다 많다. 그러나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곳은 양산부산대 병원 1곳뿐이다. 소아암 평균 치료기간이 3년인데, 양산부산대병원이 문을 닫게 되면 울산환자들도 수도권으로 전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울산에서 소아암 진료가 재개되거나 학생 수요가 있다면,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다시 병원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울산대병원 입장에선 의료진 영입이 쉽지 않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병원학교가 여러 사유로 폐교돼 안타깝다”며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채용이 힘든 상황인 만큼 소아암 전문의 영입은 더 어렵다.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지역 전문의 이탈을 막고 지역 환자에게 안정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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