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투표에서 후보자보다 먼저 보아야 할 자기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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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투표에서 후보자보다 먼저 보아야 할 자기 자신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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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번 선거에서 토끼를 많이 잡는 당이 어디가 될 것인가? 집토끼는 이미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유권자를 말하고, 산토끼는 아직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를 은유하는 표현이다. 결국, 집토끼를 지키고 산토끼를 잡으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토끼의 마음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가 무엇일까? 이번 4·10 투표는 지역구 후보의 인물됨과 정책을 들여다보며 고민을 하고, 정권의 중간평가 의미를 두며 정당을 고르는 일이 될 것이다. 인물과 정책이 눈길을 끌지 못하면, 개별 투표도 소속 정당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 현 정부의 출범 이후 워낙 혼란스러울 정도로 국민을 놀라게 한 일들이 많은지라, 정권에 대한 심판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냉철하게 선택할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몹시 어렵다. 우리는 이성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감정으로 좌우된 경우가 아주 많다. 이를 입증할 심리 실험은 널려 있다. 호감도가 승패를 좌우하고, 비호감도가 결정을 좌우하는 것이다. 호감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 인물과 정책보다 당신이 받는 인상, 느낌, 여론, 옆 사람의 말, 그 당시 당신의 기분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 연구한 결과 중, 실험자들에게 1초간 후보들의 얼굴을 보여주고 선호도를 조사했던 것이 있다. 놀랍게도 실제로 당선되는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즉, 최초 한 번의 느낌이 그 후보의 당선 결과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아이들에게 후보의 사진을 보여 준 뒤, 누구와 함께 배에 타고 싶냐, 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들의 선택이었음에도, 실제 선거 결과에서 그 후보가 당선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것을 ‘즐겨찾기 효과’라고 부른다. 즉, 인간은 모든 상황에서 심각하게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지와 느낌만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쓰고 싶지 않은 심리 때문이다.

후보자의 프로필에서 동질감을 느끼면 호감이 가고, 이질감이 느껴지면 비호감 대상으로 고착이 되기도 한다.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용으로서의 됨됨이보다 개천에서 나와 같이 자란 동질감 때문이다. 그러기에 후보자들은 ‘금수저’나 ‘외국 유학’의 이력보다 같은 지역민으로서 가까이 다가가려는 흙수저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전염 효과’는 동질성과 더불어 큰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가족이나 지인의 말,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개적 지지가 그렇다.

여론 조사는 대표적인 전염 효과이다. ‘이 사람이 대세구나’ 알게 될 때,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은연중 과시하려는 여당 후보도 항상 있었다. 지금은 대통령이 취임 후부터 나라를 수사 정국으로 몰아가며 정국운영능력이 떨어지고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기에 이런 전략은 부정적일 수도 있다. 유권자의 마음은 토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고, 냉철한 이성보다 감정과 느낌 같은 주관적인 것으로 선거 당락이 결정될 수 있음을 말씀드린다. 그러기에 우리는 후보자를 알아보기에 앞서 자신의 심리를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럴 때 냉철한 판단력이 더욱 잘 발휘될 수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율이다. 낮을수록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를 뜻하기에 그렇다. 투표 안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줄다리기 실험이 있었다. 혼자 1:1로 했을 땐 100% 힘을 다 쓰는데, 2명이 하니 합이 93%, 3명이 하니 85%, 4명이 되면 무려 64%까지 그 힘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내가 좀 덜 당겨도 누군가가 더 댕겨주겠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책임감이 분산된다는 것으로서 ‘사회적 태만’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70년 가까이 이어온 대한민국 선거사는 우리가 이루어낸 민주화의 성과였다. 한 사람의 뜻과 투표가 모여 만들어낸 위대한 여정이었다. 권리를 행사하면 사회적 태만이 아닌 사회적 참여가 이루어진다. 선거에는 수많은 선전과 비방, 대중매체 효과가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자신의 결정이 이런 것들에 좌우된 것이 아닌지 돌아보자. 내 편을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는 위대한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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