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속의 꽃(5) 자두꽃]술과 친구를 부르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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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속의 꽃(5) 자두꽃]술과 친구를 부르는 꽃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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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경희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자두의 우리말은 ‘오얏’으로 자두꽃은 ‘오얏꽃’이라고도 불린다. ‘자두’라는 이름은 ‘진한 보라색, 복숭아를 닮은 열매’라는 뜻으로 부르던 ‘자도(紫桃)’가 변한 것이다. 4월에 꽃이 피고 7월에 열매를 맺는다. 자두나무는 <시경>에서 “주나라에서는 매화와 오얏을 꽃나무의 으뜸으로 쳤다”고 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귀한 나무였다. 보통 ‘도리화(桃李花)’라고 하여 복숭아꽃과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자두꽃은 봄 풍경을 노래하는 작품에서 복숭아꽃과 함께 언급된다. 이는 두 꽃이 피는 시기가 거의 같고, 하얗고 작은 꽃잎이 무성하게 나무를 뒤덮는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기>에 나온 “복숭아와 오얏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고사도 한 역할을 하였다. 복숭아와 자두는 열매가 맛이 있어 따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은 까닭에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덕행 있는 사람은 말이 없어도 남을 심복시킴을 비유한 말이다.


봄 깊은 골목에 지나가는 사람 적은데
복숭아꽃 자두꽃 피었다 떨어지는 것도 많다.
지난해 그 정자 위에 앉았던 일 떠올리니
한 주렴 성긴 비에 술이 물결처럼 이는구나.

春深門巷少經過(춘심문항소경과)
桃李花開落又多(도리화개락우다)
記得去年亭上坐(기득거년정상좌)
一簾疏雨酒生波(일렴소우주생파)

▲ 오얏꽃 문양(이화문) 은잔. 국립고궁박물관
▲ 오얏꽃 문양(이화문) 은잔. 국립고궁박물관

고려 시대 문인 이색(李穡, 1328~1396)이 지은 ‘동정에게 부치다(奇東亭)>’(<동문선> 권22)라는 작품이다. ‘동정’은 일찍이 이색에게 글을 배웠던 염흥방(廉興邦)의 호인데, 염흥방은 이색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친밀한 벗이기도 하였다.

봄에 꽃이 피면 전통시대 시인들에게 가장 떠오르는 것은 역시나 술과 친구였다. 거기에 비까지 오는 날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소슬하게 내리는 봄비에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년에 마음이 맞는 벗과 함께 꽃비 내리던 정자에 앉아 함께 마시던 술이 어찌 절로 떠오르지 않을까.

노경희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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