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칼럼]울산 디스토피아, 심폐소생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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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칼럼]울산 디스토피아, 심폐소생술 필요하다
  • 김창식
  • 승인 2024.04.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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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논설실장

미국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래이저는 저서 <도시의 승부>에서 도시의 경제적 성장에 대한 연구 결과 ‘도시는 혁신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환경을 제공하며, 이는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도시이론가 루이스 몸포드는 자신의 저서 <도시의 역사>에서 ‘도시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라 유기적으로 발전한다’며 분석했다.

그렇다면 산업도시 울산에선 꾸준히 혁신이 일어나고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인공지능 로봇 등이 주도하는 4차산업 혁명시대에도 울산은 제조업이 주도하는 ‘2차산업혁명’ 시대에 머물고 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산업은 고도성장의 피로감을 노출하면서 성장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메카 울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울산의 지역총생산 비중은 2012년 5.5%에서 지금은 4% 이하로 추락했다. 2011년 지자체 최초로 수출 1000억달러 고지를 밟은 수출액은 경기·충남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청년층 중심 인구유출도 가팔라져 광역시 인구는 120만명에서 110만명으로 감소했다. 경제성장률은 전국 꼴찌다. 일본식 표현을 빌리자면 ‘잃어버린 12년’을 보냈다.

울산은 위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거시적 관점에선 정부차원의 산업 전환과 신산업 육성 의지 부족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울산은 부자도시이니 괜찮지 않으냐?”는 중앙정부와 관료들의 전근대적 생각에 국가예산 및 산업 기능 배분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물론 내부적으로 지도자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대응 부족, 지방정부의 잦은 정책변화 등도 위기를 초래한 요인일 것이다.

가장 큰 위기는 불합리한 국가예산 배분이다. 예컨대 울산 시민 1인당 국세 납부 기여도는 압도적인 전국 1위다. 중앙정부는 매년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내국세와 수입물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포함해 20조원 안팎의 국세를 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울산에 교부하는 국가예산은 보통교부세를 포함해 4조원이 채 안된다. 고작 울산에서 걷어가는 국세규모의 20% 만 울산에 줄 뿐이다. 충분한 국가예산이 있어야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가 가능하다.

정부 지원을 통한 산업구조 전환과 신규 산업 육성 대상에서도 밀려나는 듯한 모양새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이차전지 산업 육성 기능을 배분한 것은 울산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이 고작이다. 울산의 산업구조 전환 시도도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자동차 중심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미래차 소부장특화단지’ 지정에서 배제됐다. 또 ‘폐기물 재자원화 특구’ ‘글로벌 혁신 특구’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 시도도 좌절됐다.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는 최근 저서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에서 울산의 쇠락은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이대로 울산이 쇠락하도록 둔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도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다. 울산의 디스토피아(Dystopia)는 곧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의 디스토피아가 될 수밖에 없다는 따끔한 충고다. 그는 소멸직전인 울산을 살릴 심폐소생술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동남권 제조업 클러스터 구축을 제안했다. 동남권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울산과 부산 경남이 최근 주력·신산업 혁신기반 마련 및 광역교통망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초광역권발전시행계획’을 마련했다. 다소 느슨한 ‘초광역 경제동맹’ 형태지만, ‘지역소멸’이라는 공동의 위기에 힘을 합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초광역개발(메가시티)로 가는 단초를 놓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울산이 다시 비상하려면 확보한 미래 발전 전략이 중요하다. 이차전지 외에 미래 차, 수소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기능 확보와 국가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에도 변함없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끼워내겠다는 의지를 다잡아야 한다. 울산이 국가에 기여한 만큼의 권리와 몫을 쟁취해 내야 한다. 그러려면 울산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김창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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