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소년 사이버도박, 이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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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소년 사이버도박, 이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
  • 경상일보
  • 승인 2024.04.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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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은 울산중부경찰서 병영지구대 경사

설레고 신나는 아이들의 얼굴만 보이면 좋으련만 그 뒤로 검은 그림자들이 아이들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말부터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올해 2월26일)에 나서 도박사이트 운영자·행위자 등 1050명을 검거하고 36명을 구속했다. 붙잡힌 1050명 중 청소년 도박사범은 343명으로 32.7%를 차지했다. 앞서 지난해 3~8월 사이버도박 집중단속에서는 검거된 3155명 중 청소년이 101명으로 3.2%였고, 9~11월 특별단속에서는 353명 중 39명(11.0%)이 청소년이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박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은 2017년 39명에서 2023년 8월 기준 111명으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드러나지 않은 청소년 도박 위험군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의 경우 처음에는 단순한 게임을 하듯 도박을 접하게 된다. 인터넷 게임, 숏폼(빠른 동영상)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단순한 게임규칙과 빠른 속도의 바카라 등 중독성이 매우 높은 온라인 도박에 빠져들기 쉽다. 처음에 쉽게 수익이 나는 것처럼 유혹하고, 뒤에서 ‘사기’를 치는 전형적인 수법에 걸려들기 쉬운 것이다. 사기인 줄 알면서도 그 맛을 한번 보게 되면 자극에 익숙해져 한순간에 수백만원의 빚을 지고도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며 도박을 끊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성인들의 경우 주변 사람들 몰래 혼자 사이버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소년의 경우 도박 그 자체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역기능적인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도박을 하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 사이버도박은 절도, 금품 갈취 같은 제2의 범죄를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조사 결과 도박 비문제군 청소년의 경우 절도 경험이 8.8%였다면, 문제군은 15.5%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사이버도박이 학교폭력의 원인이 되는 사례도 급증했다. 학교폭력 신고 채널로 접수된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인 청소년 범죄가 늘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배달이나 보이스피싱에 손을 대거나 도박 빚 때문에 청소년 대상 불법 사채와 대출도 성행하고 있으며 빚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도박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도박 위험군에 대해서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및 전국 240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통해 개인상담, 집단상담, 재정·법률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 등에서 청소년 도박 문제가 발생하면,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의뢰되는 경우가 많아 학교와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긴밀한 연계뿐만 아니라 사이버도박 중독 청소년과 부모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 사이버도박에 빠진 청소년의 일상 회복을 위한 기숙형 사이버도박 치유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대상 도박은 모두 불법이며,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도박에 참여하여 돈을 잃은 피해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고, 피해자라 하더라도 불법 도박 참여 자체로 범죄의 행위가 인정된다.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불법 도박행위 근절을 위해 경찰은 집중 추진 과제인 ‘국민 체감 약속’ 5호로 ‘도박 범죄 척결’을 발표하고, 도박 범죄와 관련하여 청소년 대상 불법 콘텐츠 사이트와 개인 방송 플랫폼을 통한 도박 광고 등을 집중적으로 삭제·차단할 계획이다.

청소년 시기에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은 성인이 되어서도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되어 인생을 나락 끝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으니 부모도 평소 내 아이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점검하고 반드시 전문기관에 상담과 치료를 받아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듯이 청소년 범죄 및 학교폭력이 집중되는 신학기에 경찰뿐만 아니라 학교, 지역 치안 공동체의 힘을 모두 모아 불법 사이버도박 및 관내 청소년 범죄 근절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이다은 울산중부경찰서 병영지구대 경사

※외부원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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