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수그리고 힘을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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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수그리고 힘을 빼라
  • 경상일보
  • 승인 2024.04.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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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개헌 저지선인 200석은 막아달라던 여당의 읍소에 가까스로 그리 되었다. 일반적으로는 어느 당도 과반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고 안 그러면 제 1당이 겨우 과반을 넘기는 정도면 좋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아차하면 범야권이 200석을 넘길 뻔 했다. 대통령은 뜻대로 일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정도로 그친 것은 그래도 다행이라고 본다. 누가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동훈 위원장은 그래도 패장이라 책임은 면치 못하겠지만 정치판에 들어와서 너무 큰 일을 맡았다.

전국을 놓고 지형을 보면 ‘동고서저’다. 서쪽엔 평야가 많고 동쪽엔 산이 많다. 그런데 정치지형은 ‘동국서민’이다. 동쪽은 불붙는 듯 빨갛고 서쪽은 온통 파랗다. 호남은 모두 파란데 영남은 몇 군데에 구멍이 난 빨강이다. 나는 호남에서 여당 지지율이나 당선자가 얼마나 나올까가 궁금하였다. 변화가 있을 줄로 알았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살얼음을 박빙(薄氷)이라 한다. 저수지나 강의 얼음판에서 얼음지치기를 할 때 가운데에는 다 얼지 않거나 녹은 곳이 있어서 그쪽에 가면 빠지기 쉬웠고 빠지면 위험했다. 차갑기도 하지만 나오려면 얼음이 자꾸 깨어져서 나오기 어렵다. 이번 선거가 막판까지 살얼음판을 걷듯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곳이 많았다. 500표 이하로 판가름 난 곳이 있고 1000~2000표로 승패가 갈라진 곳도 몇 군데다. 여당의 경우 패인이야 많다. 결과를 놓고 보면 의정갈등만 잘 해결했더라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돈만 아는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우습게 알고 메스를 놓았다는 여론몰이는 문제해결책이 아니다. 더구나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을렀다. 전공의들이 뛰쳐나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그들은 노동법을 벗어난, 주당 80시간이 넘는 혹사를 당했고 보수도 착취당한 셈이다. 무슨 ‘전공의법’이라고 있어서 주당 80시간을 합법적으로(?) 하는 모양이다. 이들은 도제제도(거들며 배운다는)로 박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걸 3~4년이나 하라고? 아무도 이 문제를 주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기분일 것이다. 의사와 의대생, 그 가족들이 등 돌리지 않았다면 여당이 몇 석은 더 건졌을 것이다.

여당을 심판하자는 야당, 일하게 힘을 실어달라는 여당의 읍소에도 불구하고 참패한 것은 정치에 면벽(面壁) 서생(書生)인 내가 보기에 물가와 경제도 문제지만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고집스럽다는 평이다. 누가 감히 직언을 하겠는가? 대통령의 자리는 검찰총장과는 다르다. 야당의 목소리도 듣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인재를 널리 고루 쓰고 읍참마속(泣斬馬謖)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어디서 누가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몰라도 해병대 수사 건은 수사관의 보고서를 그대로 넘겨도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다. 재판에서 걸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압의 의혹을 받는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다니 그리 사람이 없었던가? 그러니 안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명룡대전의 결과 이재명 대표가 7%차이로 이겼다. 그러나 원희룡 전 장관은 밑진 것이 아니다. 불리한 정국에다 맨땅에 가서 그만큼 해서 47.5%를 득표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졌지만 이긴 것 같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이재명 대표가 낙선하면 어찌될까?” 하는 가정을 해 보았다. 어쨌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낙선했으니.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본 이낙연, 이준석 신당은 뜻밖에 꽝이었다. 겨우 이준석 대표만 살아났다. 이낙연 대표는 왜 표를 얻지 못했을까? 녹색정의당이 몰락했다. 심상정이라는 4선의 거물도 외면당했다. ‘청실홍실’만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조국의 신당이 돌풍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또 궁금하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전 장관의 재판은 어찌 될까? 재판관이 알아서 미룰까? 당선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까? 3권이 분립되어 있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기우가 기우로 끝나면 좋겠다.

늦지 않았다. 수그려라! 수그리는 것은 항복이 아니고 포용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수그리고 탈태하면 된다. 이제 공이 거야로 넘어왔다. 공이 넘어왔을 때 잘해야 한다. 비판, 심판은 쉬워도 해보라하면 쉽지 않은 것이다. 이제 싸우지 않으면 좋겠다. 국민이 보고 판단하게 정책대결을 하라. 우선 빚 내지 않고도 실현 가능하고 또 소용 있는 정책을 보고 싶다. 민심은 바람이다. 맘대로 부는 바람이다. 역풍을 피하려면 낮추고 힘을 빼라. 그래야 순풍의 힘을 받는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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