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9)]감사 말하기
상태바
[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9)]감사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4.04.12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듣기 좋은 말 하나를 고르라면 서슴없이 ‘감사하다’나 ‘고맙다’라는 말을 들고 싶다.

인간은 너무나 나약해 혼자 살아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찍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란 뜻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간다는 말과 같다. 누구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자연에서부터 부모형제, 멀고 가까운 사람들의 손길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따뜻한 햇살이 그렇고, 물 한 방울이 그렇고,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그렇다. 먹고 입고 자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든 것이 다 그렇다. 우리의 존재가 감사와 은혜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너무나 어리석어 이 고마움을 잊고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종교를 떠나 성경에 나오는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려고 한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몸이 아픈 사람도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병이 나아지기도 한다고 한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힘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조금이라도 감사한 일이 있을 땐 망설이지 말고 곧바로 ‘감사(感謝)하다’나 ‘고맙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감사하다’는 한자말이고 ‘고맙다’는 우리 고유어인데 그 쓰임이 조금씩 다르다. ‘고맙다’는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에게 모두 쓸 수 있으나 ‘감사하다’는 “자네 감사하네”와 같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것은 어색하다. 그리고 ‘감사하다’가 격식적이고 문어적이라면 ‘고맙다’는 비격식적이며 입말에 더 자주 쓰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감사’는 감사장이나 감사의 인사, 감사 편지 등과 같이 형식적인 자리에 주로 쓰인다. 그리고 ‘감사드리다’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말은 ‘인사드리다, 사과드리다, 축하드리다’ 등처럼 손윗사람에게 ‘하다’보다 더 공손하고 격식적이며 의례적으로 표현하려는 데 쓴다. ‘드리다’를 ‘하다’의 높임 접미사로 의미를 넓혀 쓰게 된 것이다. 틀렸다고 할 수 없으나 입말에서는 ‘드리다’를 쓰지 않고 ‘감사합니다’라고 해도 될 듯하다.

‘고맙다’는 ‘감사하다’보다 더 친근감이 들고 부드러우며 자연스러운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정서에도 맞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그래서 ‘감사하다’보다 ‘고맙다’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즐겨 쓰면 좋겠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를 꺼려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존심이 강하거나 이기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며 감사 표현을 자주 하는 사람은 거꾸로 이타적이고 배려심이 많으며 겸손한 사람일 경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잘 쓰는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