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굿즈(Goods)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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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굿즈(Goods) 전성시대
  • 경상일보
  • 승인 2024.04.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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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한때 술꾼들 사이에서는 모 맥주 브랜드의 숟가락 형상의 병따개를 가지는 것이 로망이었던 적이 있었다. 소위 ‘굿즈(Goods)’에 관한 이야기이다.

굿즈는 원래 ‘상품’이라는 뜻의 영어단어이지만,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과 관련되어 제작된 파생상품을 뜻하는 것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의 홍보용 파생상품으로도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공짜로 나눠주던 것에서 줄 서서 사야 하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가지고 있다가 더 비싸게 팔기까지 하는 희귀 아이템으로 그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일전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자란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옮겨졌는데, 푸바오를 추억하며 연예인 산다라박이 온갖 푸바오 굿즈를 방송에 들고나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보도에 따르면 푸바오 굿즈는 400여 종이나 되며 300만 개 이상 팔렸다고 한다. 푸바오의 인기는 푸바오 굿즈의 인기로 연결되고 다시 푸바오의 인기로 연결된다고 보아야 한다.

생각해 보면, 과거에 ‘책받침 여신’들이 있었다. 연예인의 사진이 전면으로 들어간 책받침, 연습장 노트 등은 단순했지만 그 시절의 대표적인 굿즈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매년 해가 바뀌면서 필수품으로 구비해야 하는 달력이 있다.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인지 은행 달력의 인기가 최고였고, 절 달력도 인기가 있었다. 절 달력은 어릴 때는 몰랐으나 나이가 들어 제사를 지내면서 축문을 쓸 때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이 달력들이 은행과 절에서 해마다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굿즈라고 할 수 있다.

놀이, 관광 관련 기업들은 일찍부터 캐릭터를 개발하고 그와 관련된 굿즈들을 개발해 사용해왔다. 롯데월드의 로티가 있었고, 최근 뉴스를 보면 모 호텔의 캐릭터가 다양한 굿즈로 개발되어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젠 호텔이나 놀이시설 같은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에 있어서 굿즈는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이미 굿즈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고 있고, 그 외에 그보다 작은 규모의 카페들도 자체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학들은 학교 점퍼 소위 ‘학잠’ 등 각종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그야말로 굿즈 전성시대이다.

보다 기억에 남는 굿즈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들 수 있다. 수년 전 다양한 색상의 미니어처로 만들어져 출시하자마자 품절된 인기 상품이었다. 진품을 가질 수는 없지만 이처럼 고품질의 굿즈는 대리만족을 충족시키는 데 모자람이 없을 만큼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제작되어 오던 ‘대통령 시계’라는 것이 있다. 주로 대통령의 서명과 청와대 휘장이 들어간 시계인데 그야말로 ‘굿즈의 대통령’이라 하겠다. 뚜렷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주문 제작된 북한의 김일성 시계는 우리가 아는 스위스산 시계라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선거철을 맞아 정치인들도 굿즈를 활용한 것이 눈에 띈다. 특유의 캐릭터를 담은 배지, 스티커 등 총선 굿즈가 그것이다. 작년에 미국에서는 기소 과정에 촬영된 트럼프의 머그샷(Mugshot, 범죄자 식별 사진)이 들어간 굿즈가 초유의 인기를 끌었다. 머그샷 굿즈는 우리네 정서로는 이해가 힘든 부분도 있다.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가 있지만 이와는 성질이 다르다.

선거기간 활용된 후보의 홍보용 사진, 명함 외에도 기타 홍보곡과 율동 안무도 넓게 보면 일종의 선거용 굿즈에 속한다고 하겠다. 후보의 이미지를 부드러운 방식으로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을 활용하는 것은 후보 측과 유권자 측에 모두 유익한 것이나, 굿즈의 포장된 이미지에 속지 말고 소위 매의 눈으로 실체 즉 ‘굿(Good)’한 주민대표, 심부름 잘할 것 같은 성실한 사람을 골라내는 것은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라 하겠다.

굿즈는 태생적으로 연예인이나 기업 등 홍보의 대상인 실체를 최대한 좋은 이미지로 각색해 놓은 것이다. 그 실체가 상상하는 것과 달라도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굿즈의 아름다움에만 심취한다면 이보다 어리석은 일이 있을 수 없다. 더욱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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