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43)]4월의 진객 금빛비늘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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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43)]4월의 진객 금빛비늘버섯
  • 경상일보
  • 승인 2024.04.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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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바닷가인 ‘울산의 봄바람은 말가죽도 뚫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몰차다. 벚꽃 등 각종 꽃이 피고 각종 신록이 나오는 4월은 되어야 바야흐로 봄이다. 4월이 되어야 만나는 진귀한 버섯으로는 묵밭의 두엄먹물버섯, 회갈색눈물버섯, 땅송이, 곰보버섯 등이 있고, 소나무숲의 흰갈색송이, 총채애주름버섯이 있으며, 계곡 물가의 물두건버섯, 습지등불버섯, 그리고 썩은 활엽수 위의 갈색먹물버섯, 새벌집버섯, 금빛비늘버섯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각별한 버섯은 금빛비늘버섯이다. 왜냐하면 나무 버섯은 우선 큰 고목이 있어야 하고 때맞춰 내리는 비가 있어야 한다. 금세 갓이 갈라지거나 뒤집히는 등의 이유로 버섯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의 금빛비늘버섯도 석남사 고목에 나기를 기다려서 3년 만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겨우 찍은 것이다.

▲ 3년을 기다려 찍은 석남사의 금빛비늘버섯.
▲ 3년을 기다려 찍은 석남사의 금빛비늘버섯.

아무리 귀하고 아름다운 버섯을 찾는다 하더라도 이름을 알지 못하면 효용가치가 없을뿐더러 명칭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비늘버섯류로 추정되는 이 버섯을 일본의 ‘요시키가와소식 (吉敷川だより)’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겨우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연로한 여성으로 울산과 가까운 야마구치현의 버섯 사진을 월별로 정리해 두어서 우리나라에 자료가 없는 버섯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곳이었다. 2022년 6월 이후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자료가 올라오지 않더니 2024년 2월 말 확인해 보니 그 사이트가 아쉽게도 닫혀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큰 슬픈 사연이 없기를 기원해 본다.

각설하고 지금은 글보다 사진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글로 장황하게 또는 어렵게 표현하던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면 되는 세상이다. 컬러풀한 시대에 아직도 흑백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4월 신록의 계절에 그동안 격조했던 사람들에게 봄소식을 컬러로 찍어 전해 봄은 어떨까 싶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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