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면주 칼럼]총선 유감
상태바
[신면주 칼럼]총선 유감
  • 경상일보
  • 승인 2024.04.16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면주 변호사

꽃잎이 천지를 휘날리는 가운데 4·10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거의 결과는 상황에 따라 늘 지고 이기고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은 축제라기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타령의 뒷맛을 남기고 말았다.

-무협지 공약

총선은 민생 정책, 시대 정신에 대한 아젠다 설정 등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임이 원칙이다. 양당은 검찰 독재 타도니, 이·조 종식이니 하는 슬로건으로 상대 진영을 극단적으로 적대시하는 네거티브로 일관했다. 급기야는 한동훈 특검을 1호 공약으로 하는 복수혈전 정당이 12석을 확보해 정치권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더욱 강화되었다. 국민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민생의 현장에서 향후 벌어질 무협지 정국을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아야 하는 답답한 심정이다.

-신삼국시대

당선자 상황 지도는 동쪽은 붉은색으로 서쪽은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영남은 국민의힘에 호남은 민주당에 거의 묻지마 투표를 한 결과 영남 몇 곳을 제외하고는 지역색에 따른 후보가 100% 당선되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 대한 치열한 쟁패는 삼국시대와 거의 판박이다. 천년이 지난 지금도 영·호남을 근거지로 한강 유역을 탈환하려는 신라와 백제의 대립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여전하다. 망령같은 지역색 구도는 공동체의 정치적 가치를 왜곡시켜 정치발전의 걸림돌이 돼왔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당은 이의 해소를 위한 노력보다 당연시해 악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당민주주의 실종

헌법은 제8조에서 정당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정당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선출과정에서 보이지 않은 힘에 의한 비민주적 요소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양당 공히 시스템 공천을 강변했지만, 사실은 사천을 위한 꼼수가 작동했음을 국민은 이미 눈치채고 있다. 이러한 양당의 비민주적 행태는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고, 앞으로 중요한 개혁과제로 남게 되었다.

-수명 다한 소선구제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전체의 득표율은 더불어민주당이 50.5%, 국민의힘은 45.1%로 그 차이가 5.4%에 불과하지만, 의석수는 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90석으로 의석 비율은 28%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작은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지역이 더욱 심하다. 서울의 경우는 민주당이 득표율 52.23%이고 국민의힘은 46.25%로 그 차이는 5.95%에 불과한 반면 의석수는 전체 48개 선거구 중 민주당이 37석 국민의힘이 11석을 차지해 의석수 비율은 54%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표가 대량 발생하는 승자 독식구조인 소선구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는 중대선거구의 도입이 논의돼 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로는 민주당의 압승이 분명하지만, 유권자의 전체 의사는 5.95% 차이에 불과하다는 점을 직시해 독단적인 입법권의 행사는 극도로 자제하고 협의와 소통에 기반한 의정 활동이 요구되는 근거이다.

-꼼수 위성정당의 재등장

현행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구체적인 배분 방법은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단순화하면 비례의석 46석을 지역구 의석수를 고려해 거대 양당의 경우는 그 배분 비율을 줄이고, 득표율 3% 이상의 군소정당에는 배분 비율을 높여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의석수에 반영하려는 제도이다. 이렇게 되면 거대 양당의 전체 의석수가 필연적으로 줄어들게 되므로 양당은 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라는 정당을 급조해 군소 정당에게 가야 할 의석마저 독식했다, 이는 위성정당 방지조항이 없는 한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다를 바가 없다. 헌법위반의 소지가 있는 꼼수이자 양두구육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강행하는 후흑(厚黑)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 총선은 의석수로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민주공화제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민주당, 국민의힘, 국민 모두가 패배한 기형적 선거의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비도덕적이고 품격없는 정치, 국민이 열망한 개혁 화두의 실종 등으로 총선 이후 국민의 정치 혐오가 더욱 깊어지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계절이다.

신면주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