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동백’은 없다…울산 역사 재인식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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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동백’은 없다…울산 역사 재인식 계기 삼아야
  • 경상일보
  • 승인 2024.04.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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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울산동백 기원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16일 울산시는 “울산역사연구소(소장 한삼건) 연구 결과 현재 일본 지장원에서 키우고 있는 소위 ‘울산동백’이라고 부르는 ‘오색팔중산춘’과 관련해서 명확한 역사적 사료와 학문적 근거가 드러난 것을 찾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울산으로 가져온 동백인 ‘오색팔중산춘’을 ‘울산동백’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 또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울산역사연구소의 의견도 함께 덧붙였다. 일본 ‘오색팔중산춘’의 울산 기원설은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울산동백’은 임진왜란 400주년인 지난 1992년 울산의 한 방송국 보도국장이 일본 교토의 한 작은 절인 지장원에서 동백나무의 묘목을 울산으로 가져와 심은데서 비롯됐다. 당시 지장원 산문 옆에는 교토시가 제작한 안내판이 있었는데, 이곳 동백에 대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기진(寄進, 기부·봉납의 뜻)했다고 전해진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이후 울산에서는 지장원 안내판의 설명에다 임진왜란때 울산왜성을 축조하고 주둔했던 가토 키요마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진상하기 위해 희귀한 동백을 모조리 캐서 반출했다는 일본 내의 이야기가 더해져, ‘울산동백’은 실제 존재하며 지장원에서 가져온 동백나무가 그 후손이라는 이야기로 굳어졌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해프닝’은 우연히 일어난 일, 또는 우발적인 사건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울산동백 경우는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엄중하다. 30여년 동안 울산시민들은 ‘울산동백’이라는 허구에 절을 하고 차를 올렸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시민들은 얼마나 많은 감정 소비를 했겠는가.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 계속 의문을 제기하면서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면 ‘울산동백’은 점점 기정사실로 굳혀져 갔을 것이다

시 관계자는 “연구결과를 공유해 각 기관, 단체의 사업 등 관련 사항에 대한 논의를 거쳐 향후 ‘울산동백’ 관련 명칭 사용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늦게나마 조치를 하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울산동백’ 말고도 울산에는 유래나 기원이 명확하지 않은 안내팻말이 수없이 많다. 이렇게 공공기관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제작된 팻말은 세월이 지나면 왜곡된 역사가 된다. 울산도 이제는 역사인식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 울산 역사가 처음부터 이렇게 고증없이 허술하게 기술됐다는 사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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