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30여년 가꾼 동백은 ‘일본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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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30여년 가꾼 동백은 ‘일본 동백’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4.04.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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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청 정원에 핀 동백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 울산시청 정원에 핀 동백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동백나무 앞에 세워진 안내판.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동백나무 앞에 세워진 안내판.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 일본 교토 지장원 안내판. 2023년 1월21일 한삼건 소장 촬영

지난 30년간 울산시청 광장에서 공들여 가꾸며, 헌다의식까지 펼쳤던 동백나무가 결국 ‘일본산 동백나무’로 밝혀졌다.

오랫동안 지역 여론을 들끓게 했던 ‘오색팔중산춘 울산기원설’이 ‘근거없음’으로 판명난 것이다.

울산시는 기원설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울산 동백’의 정확한 역사적 배경 등을 연구 검토한 울산역사연구소(소장 한삼건) 고증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현재 ‘울산 동백’으로 불리는 동백은 일본에서 ‘오색팔중산춘(五色八重散椿)’으로 불리고 있다. 여러 가지의 색이 여러 겹의 꽃잎으로 피어나 한 잎씩 떨어지는 동백이라는 의미의 일본식 한자 이름이다.

지난 1992년 울산의 한 방송국 관계자가 일본 교토의 한 작은 절인 지장원에서 동백나무의 어린 묘목을 울산으로 가져와 심었다.

당시 지장원 산문 옆에는 교토시가 제작한 안내판이 있었는데 이곳 동백에 대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기진(寄進)했다고 전해진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기진이라는 말은 사찰이나 신사 등에 금품을 기부, 봉납한다는 의미이다.

이후 울산에서는 지장원 안내판의 설명에다 임진왜란 때 울산왜성을 축조하고 주둔했던 가토 기요마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진상하기 위해 희귀한 동백을 모조리 캐서 반출했다는 일본 내의 이야기가 더해져 ‘울산 동백’은 실제 존재하며 지장원에서 가져온 동백나무가 그 후손이라는 이야기로 굳어졌다.

이후 울산의 한 다도 모임에서는 꽃이 피는 봄마다 울산시청 정원에 심어진 이 동백에게 다례까지 지내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는 이날 자료를 내고 일본에서 가져온 동백과 울산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울산시는 “울산역사연구소 연구 결과 현재 일본 지장원에서 키우고 있는 소위 ‘울산 동백’이라고 부르는 ‘오색팔중산춘’과 관련해서 명확한 역사적 사료와 학문적 근거가 드러난 것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울산으로 가져온 동백인 ‘오색팔중산춘’을 ‘울산 동백’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 또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울산역사연구소의 의견도 함께 덧붙였다. 일본 ‘오색팔중산춘’의 울산 기원설은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다만 이날 오후까지도 울산시청 광장 동백나무 앞에는 ‘울산 동백’이라는 안내판이 남아 있다. 시는 앞으로 안내판을 수정하거나 철수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 동백’을 구화로 두고 있는 울산 중구청 역시 ‘구화 변경’ 논의가 한창이다. ‘울산 동백’에서 ‘울산’을 제외한 ‘동백’으로 변경할지, 전혀 다른 꽃을 구화로 지정할지 검토 중이다. 구화를 변경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상징물 조례에 구화가 명시돼 있는 만큼 주민의견 수렴, 구정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조례를 변경하게 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 동백 관련 명칭 사용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지역 각 기관 및 단체에 공유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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