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83)]세금 내는 것이 즐거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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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83)]세금 내는 것이 즐거운 사회
  • 경상일보
  • 승인 2024.04.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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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더라도 내지 않을 수 없는 게 세금이다. 사실 세금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세금이 없으면 국가가 존재할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유지하게 하는 국가의 많은 기관도 없다. 따라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세금은 꼭 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더러는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는 데 있다.

고대 동양에서 세금은 국가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가 치수를 잘해주고 약탈 등으로부터 보호해 주었기에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먹고 남은 곡식을 관청에 납부한 것이 세금이다. 그랬던 것이 시간이 흐르고 봉건사회가 형성되면서 국가와 지배계층이 세금을 강압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거두면서부터 사람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닌 빼앗기는 것이 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에게 세금 내는 것은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날 사람들에게도 세금 내는 일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빼앗긴다고까지는 아니지만, 세금의 납부와 사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맹자는 백성을 위한 정치, 곧 왕도정치를 이야기하면서 5가지 정책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중 4가지가 세금과 관계되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세금이 백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증거이리라. 세금에 대한 맹자의 생각은 먼저 국가가 백성이 굶주리지 않으면서도 세금을 낼 수 있을 만큼 백성들의 경제 활동을 도와주어야 하며, 세금을 거두되 맘대로 하지 말고 법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맹자에게 있어서 법대로는 공정을 뜻한다. 수입이 많은 데도 세금이 적거나 수입이 적은 데도 세금이 많다면 누군들 세금에 불만이 없을까.

오늘날 사회에서도 정치적 논란의 뒷면에는 세금이 있는 경우가 많다. 과세와 감세, 그리고 세금의 사용처, 불만은 공정하지 못한 데서 나온다. 공정은 통치자가 백성을 위하는 가장 큰 마음이다. 세금 내는 것이 공정하고 세금 사용하는 것이 공정하다면 사람들은 세금을 즐겁게 낼 것이다. 정치란 별것 아니다. 국민들이 즐겁게 세금을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전에 맹자 말처럼 즐겁게 세금을 낼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진 국민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세금을 못 내거나 적게 내는 나보다는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 내가 더 낫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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