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치꼬유자와와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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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에치꼬유자와와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 경상일보
  • 승인 2024.04.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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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운 울산 울주문화원 이사

최근 일본의 에치꼬유자와(越後湯澤)를 다녀왔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이 마을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집필했던 다카한(高半)여관이 있어 유명하다.

소설 설국에는 이 마을이 큰 도시로 묘사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이 도시에 스키를 타려는 동경 시민이 모여들면서 마을에 큰 호텔 등 숙박시설이 즐비해 놀랐다. 필자가 도착했을 때가 4월 초였는데, 아직 주위 산은 물론이고 심지어 도심에도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역에서 여관까지는 택시로 5분 정도 거리였는데 도로 주변에는 스키용품을 파는 상점과 여관이 많았다. 마을에는 개울도 많아 산에서 녹은 눈이 물이 되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나는 여행객이 많은 이 마을의 개울이 어떻게 이처럼 맑을 수 있을까 싶어 택시 기사에게 물었더니 기사는 “에치꼬유자와 사람이 자연을 사랑해 환경보호를 앞세우는 생활을 하다 보니 마을 전체가 이처럼 깨끗하면서도 아름답다”고 자랑했다. 다카한 여관에 도착했더니 ‘휴업’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이 마을은 수요일이 휴무 날이라 마을 식당도 모두 문을 닫아 점심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다시 역으로 돌아오던 중 길가에 스키장이 있어 케이블카를 타고 유자와고엔산에 올라가 보았다. 이 마을은 스키장만 해도 무려 17~18개가 있었다. 케이블카는 오래 되었지만 유자와고엔산에 있는 케이블카는 한꺼번에 30~40여 명이 탈수 있어 일본에 있는 스키장 중에서도 케이블카가 몇 번째가는 크기라고 한다. 이 케이블카를 보면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생각했다. 울주군은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신불산을 중심으로 영남알프스에 케이블카 설치를 준비해 왔지만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사회단체의 반대로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도 사회단체가 반대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유자와고엔산 케이블카를 보면 케이블카 설치가 오히려 자연을 보호하고 경제적 이익을 마을 사람에게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지와고엔산은 해발 800여m로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이 마을에 이런 큰 케이블카가 들어설 때 주민의 반대가 있었다. 마을 주민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산에 서는 철 구조물이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산 주위로 숙박 시설이 들어서려면 나무를 베어내어야 하는 등 자연이 파괴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산 정상에 있는 스키장에 오르기 위해 나사형 차도와 인도를 내기보다는 케이블카 설치가 오히려 자연환경을 보호할 것이라고 판단해 이처럼 큰 케이블카가 설치될 수 있었다. 대신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는 주민 요구대로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교각의 숫자와 반경을 줄이고 철 구조물 설치도 최소한으로 했다. 케이블카 설치는 마을 경제도 풍성하게 했다. 이 마을은 최근 동경 시민이 스키를 즐기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명소가 되어 여관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마을 주민이 많았다. 이런 현상은 KTX역이 있는 영남알프스 인근 주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언양에 KTX역이 생긴 후 산악인을 비롯한 관광객이 많이 영남알프스 일대를 찾고 있다. 이들 중에는 노인과 장애우도 적잖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산행이 힘들어 영남알프스 일대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간다. 울주군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울산울주산악영화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케이블카 설치는 필요하다. 산악영화제가 개최될 때는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고 이들 중에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를 구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어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다. 이뿐 아니다. 가을이면 신불산 정상의 아름다운 억세 평원이 전국 관광객을 모으고 있지만 산세가 험해 포기하고 돌아간다. 임진왜란의 역사가 담긴 단조성 역시 신불산 정상에 있다. 단조성은 임진왜란 때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병을 막기 위해 세웠는데 이 성을 보면 왜병을 막기 위해 우리 조상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단조성도 가천에서 이곳까지 오르는 산세가 험해 등산장비를 갖추지 않고는 오를 수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는 오로지 스키장 이용을 위해 설치한 일본 유자와고엔산의 케이블카 설치보다 훨씬 시급하다고 판단되었다.

장성운 울산 울주문화원 이사

※외부원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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