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非)화재보’ 저감으로 얻는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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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非)화재보’ 저감으로 얻는 나비효과
  • 경상일보
  • 승인 2024.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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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술 울산 서울주소방서 예방총괄팀장

화재가 아닌데 소방시설이 오작동해 소방대원이 출동한 건을 비화재보(Unwanted Alarm) 출동 건이라 한다. 울산 서울주소방서에서는 비화재보를 줄이기 위해 현재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향후 비화재보 저감으로 얻을 나비효과를 말하고자 한다.

비화재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비화재보의 주범인 자동화재속보설비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도록 하자.

소방시설 중 ‘자동화재속보설비’는 화재 발생 시 소방관서에 자동으로 화재 발생 사실과 위치를 통보해주는 설비다. 이 설비는 자동으로 소방관서에 통보된다는 굉장한 장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비화재보로 인해 많은 소방관들을 헛걸음하게 만들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전체 화재출동 건수 중 비화재보 출동 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로 나타났다. 특히 여름철(6~8월) 비화재보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47%다. 여름철 화재출동 2건 중 1건이 오인출동이었던 것이다. 비화재보로 인한 출동은 예산, 인력낭비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비화재보는 매 출동마다 약 43만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오인출동으로 인한 소방대원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방시설 신뢰성을 떨어뜨려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을 키우게 되는 심각한 문제도 초래하게 된다.

보통 비화재보 출동 건은 관할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해 내부확인을 통해 비화재보 건인지 판단할 수 있다. 소방시설 오작동이 확인된다면, 건물 관계자를 통해 오작동을 한 소방시설을 바로잡고 정밀 점검을 당부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단순처방일 뿐이며,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진 못한다.

기본적으로 소방설비는 수신기라는 시설을 중심으로 많은 소방시설이 연계돼 유사시 하나의 설비처럼 작동된다. 그러므로 건물 내 모든 구획된 실에 설치돼있는 많은 감지기중 하나만 오작동해도 자동화재속보설비 및 그밖의 다른 시설과 같이 동작하게 되고 소방대를 출동시키게 된다.

작동을 한 감지기는 바로 교체를 하면 되지만, 문제는 한 건물에도 이 감지기는 수백개가 설치돼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오작동 되었던 감지기 하나를 교체 한다하더라도 이것은 단순조치일뿐, 근본이 해결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건물 관계자는 오작동 시 바로 감지기를 교체할 수 있게끔 감지기 여분을 두는 것이 좋아보인다. 감지기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 1만원 밑으로 구매할 수 있다. 건물 관계자는 몇년 주기로 건물 층별 등 내부기준을 정해 점진적으로 노후감지기 전체가 교체가 될 수 있게끔 관리하는걸 당부드린다.

한편 이와 관련 최근 소방청에서도 ‘소방시설법’을 개정,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 대상 기준을 대폭 변경(축소)했다.

주요 변경내용으로는 업무시설, 공장, 창고시설 등 바닥면적 1500㎡ 이상인 층이 있는 것, 층수가 30층 이상인 대상물 및 발전시설 중 전기저장시설에 해당되는 대상은 속보설비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됐고, 기존 설치 대상 속보설비의 철거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서울주소방서는 개정된 법령에 따라 지난해부터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 대상처에 안내문 발송 및 오작동 대상처 철거안내를 했고, 현재까지 23곳에서 자동화재속보설비 철거가 이뤄졌다. 그 결과 자동화재속보설비 비화재보 출동건수는 서울주서 관내 화재출동 건 기준 전년 대비 54%로 현저히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는 예산 절감 효과 뿐만 아니라 다른 긴급한 출동 건에 대한 신속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결국 재난현장의 재산피해·인명피해의 경감으로 나비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철거를 권장하긴 어렵다. 소방시설에 관심을 갖고 잘 관리하고 있는 대상처는 해당사항이 없다. 자동화재속보설비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며, 오작동이 많이 발생하는 등 관리가 잘되지 않는 대상처에 한해서 관할 소방서와 협의 후 철거를 권장드리며, 철거한 대상처는 그 외 소방시설을 적극 잘 관리하시길 바란다.

우리는 화재 발생 시 우리의 생명을 일차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소방대원이 아닌 소방시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하며, 오작동 등 문제가 발생 했을때만 확인할 부분이 아니라 소방시설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 점검·교체·수리가 지속 이뤄져야함을 인지해야 한다. 올해는 화재 없는 안전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김진술 울산 서울주소방서 예방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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