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렴은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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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렴은 참 쉽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4.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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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희 울산시교육청 감사관

차를 세종에 두고 와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일요일에 일이 있어 824번 버스를 타고 신정고까지 갔다. 필자가 버스를 타자마자 학생이 자리를 양보한다. 아마 버스를 탈 때 필자의 다리가 불편함을 알아챈 것 같다. 감사한 마음으로 자리를 양보받았다. 필자가 교육청에 근무해서인지 아이들이 참 이쁘고 소중하다. 학생인 줄 알았던 청년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소방 쪽에 꿈이 있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열심히 해서 꼭 꿈을 이루라고 얘기해 주었다. 조금 있으니 아주 연로하신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버스에 타신다. 나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다음 정거장에서 어르신들이 버스에 타시는데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또 자리를 양보한다.

우리는 누구나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리를 양보해야 할 것만 같은 노약자가 버스를 타면 서로 눈치를 보며 마음이 불편한 것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 먼저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시작하면 필자가 경험한 824번 버스의 일과 같이 도미노처럼 계속해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 청렴도 이와 비슷하다. 공직자라면 누구나 청렴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청렴은 사실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듯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참 쉬운 일이다. 또한 누군가 청렴을 시작하기만 한다면 도미노처럼 퍼져 나가 전체가 청렴해지는 마법과도 같은 것이다. 더불어 청렴한 공직 생활을 하게 되면 당당하게 공직에 임할 수 있고, 거리낄 것이 없기에 나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된다.

청렴(淸廉)은 ‘맑을 청’에 ‘청렴할 렴’으로 성품과 행실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며 주위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람을,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을 성품과 행실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당연한 것을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성품과 행실이 고결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공직자의 청렴도 마찬가지다. 공직자라면 업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해서는 안 되고, 부정한 청탁을 받고 업무를 해서도 안 되며, 업무를 추진하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청렴은 이렇게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을 지키는 것이므로 참 쉽다. 그런데 대다수의 공직자가 청렴한 반면, 가끔 이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는 공직자가 있다. 그래서 부패 사건이 되고 언론에 오르내리고 우리 국민들의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울산시교육청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종합청렴도 2등급이라는 큰 성과를 일궈냈다.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것을 잘 지킨 결과일 것이다. 어찌 보면 쉽고도 당연한 청렴인데 종합청렴도 평가까지 하면서 왜 매년 그 결과를 공포할까. 한두 명 공직자의 부패행위로 인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 수습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 하락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쉽고도 당연한 청렴을 조직구성원 모두가 망각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청렴 교육을 하고 있다. 청렴이 우리 각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면, 잊지 않는다면 실천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2024년에도 울산교육 가족과 함께 열심히 달려보려 한다. 울산 시민 모두가 만족하는 청렴한 울산교육을 실현하고, 평화롭고 따뜻한 울산교육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김경희 울산시교육청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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