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16)]첨단산업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도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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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16)]첨단산업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도전과 과제
  • 경상일보
  • 승인 2024.04.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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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감사원은 2030년까지 디지털 분야는 91만4000여명, 산업기술 분야 17만6000여명, 환경·바이오 분야 23만6000여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14만2000명), 블록체인(40만2,000명), 이차전지(6만6000명), 시스템 반도체(2만900명) 등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첨단·신기술 분야에서의 인력수급 격차는 매우 심각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첨단·신기술 분야 인재에 대한 수요는 전 산업에서 급증하고 있으나, 한국의 관련 분야 인력 규모는 글로벌 수준 대비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한국의 AI 논문 저자 수는 전 세계 규모(5.8만명)의 1.3%인 717명으로 미국의 2만6000명의 37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이러한 핵심 전문인력의 미국 쏠림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엘리먼트 AI(Element AI)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AI분야 전문인재의 수는 47만7956명으로 판단한 바 있고, 이 중 미국이 39.4%(18만8300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인도 15.9%(7만6213명), 영국 7.4%(3만5401명), 중국 4.6%(2만2191명) 순이었으며, 한국은 2551명으로 전체의 0.5%로 30개국 중 22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양적 수급 격차뿐만 아니라 기업이 필요한 역량을 보유한 R&D 인력의 질적 인력 미스매치 문제도 심각하다. 신기술의 등장, 급격한 디지털·친환경 시대로의 전환은 과학기술인의 필수 직무역량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산업을 이끄는 핵심기술은 향후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새로운 근무방식의 확산에 따라 기업은 창의적·자율적 역량을 갖춘 직원을 선호하고 있다.

신입직원의 역량은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인재 선발에 있어서도 실제 관련업무 수행 경험과 직무경험에 메리트를 주고 있다. IT 개발자의 경우도 초급인력 공급은 지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고급인력은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이공계 인력 규모가 이전보다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실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질적 역량을 갖춘 인력은 많지 않은 것이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신기술은 기초역량이 중요한데 AI 대학원을 졸업한 개발자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초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다수 있다. 기업들은 국내에서 능력 있는 개발자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인재영입을 모색할 수밖에 없으며, 국내 IT 기업 중에도 현지 개발인력을 확보·양성하고자 베트남의 주요 대학들과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유럽과 아시아를 관통하는 글로벌 R&D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인력의 질적 미스매치는 비단 IT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2020년 기준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이 1000여 명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미래차의 핵심 R&D 전문인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첨단산업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산학연관이 전방위적으로 협력하는 주요국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각 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전환 가속화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격화로 전 세계적에서 반도체, AI, 양자 등 미래 핵심분야 R&D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ICT 핵심 인재육성 정책 및 전략을 마련하여 적기에 인재를 공급하고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과학기술 글로벌리더십 회복을 위래 막대한 투자로 R&D 재원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혁신경쟁법의 일환으로 미국국립과학재단(NFT) 산하 기술혁신국을 신설하고, 2021년부터 10대 핵심기술 분야 연구 및 인재양성에 5년간 29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한편 반도체와 과학법 통과에 따라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기초과학 연구, 인력양성, 인프라에 2023~2027년 2000억 달러(약 268조 원)를 투입하고 있다. 미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은 2018년 12월부터 연방 STEM교육 전략을 수립해 인재양성에 주력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빈곤계층과 소수자 집단을 위한 STEM 교육 프로그램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EU는 디지털 대전환을 맞아 슈퍼컴퓨팅, AI,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유럽 내 포용적이고 접근성 있는 양질의 디지털교육을 위한 ‘디지털교육액션플랜 2021-2027’을 발표했다. 유럽 디지털교육 콘텐츠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EU 회원국 간 교류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한편 유럽혁신기술연구소(EIT)는 EU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의 일환으로 기업·대학·연구센터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ICT R&D 인재양성을 위해 산학연관이 단순 수요자-공급자 관계가 아닌 혁신인재 조기 양성의 공동 주체로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며 인재양성을 위한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산학연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가 교육, 혁신연구 프로젝트, 기업 창업 및 성장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인재 플랫폼 구축을 통해 ICT R&D 참여 인재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ICT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개방형 인재 교류 플랫폼을 구축해 산·학·연 혁신 촉진 및 시너지 창출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초·전공 지식을 강화하고 변화 대응 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 단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은 유연한 커리큘럼과 교수법의 개선 등을 통해 과학기술분야 전공자의 기본역량 강화와 기초·전공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학 ICT 연구센터에서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가 양성될 수 있도록 커리큐럼을 개발하고, 기업이 대학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현장실무에 초점을 둔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과 산업현장의 연계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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