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10)]질문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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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10)]질문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4.04.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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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지금부터 까마득한 근 2500년 전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하고 말하지 않는 자는 나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따름이다”라 했고, 증자는 공자의 애제자 안회를 칭찬하면서 “그는 유능하면서 무능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많이 알면서 적게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며~”라고 했다.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물으라는 엄중한 가르침이다.

나는 지금까지 사십 년 넘게 선생으로 살아오면서 늘 안타깝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교육 중에서 최고의 교수법이 문답법이고 토론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도 그랬고 공자도 그랬다. 지금도 서양의 교수법이 토론과 문답으로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기른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광복 이후 교사 중심, 암기식 교수법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상대에게 뭘 물어보면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것을 ‘상대중심의 문화’라 한다. 그래서 무엇을 물어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물어오는 걸 싫어했다. 즉, 문답의 훈련이 돼 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우리가 편하게 묻고 답하는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중심의 체면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이 말할이나 들을이를 부끄럽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고마운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질문 말하기 자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로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이 아닌 일상에서 질문할 경우, 상대가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질문은 들을이가 상대로부터 시험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질문할 때는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와 같은 질문을 이끄는 말틀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손윗사람에게는 동사 ‘묻다’의 높임말인 우리말 ‘여쭈다(여쭙겠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예의바른 말법이다.

남에게 뭘 묻지 않는 사람은 대체로 자존심과 주관이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묻는 것을 체면이 깎이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을 가르치는 교직자나 성직자들은 남에게 무엇이든 묻지 않으려고 한다.

공자는 ‘세 사람이 가면 그 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라고 했고 예수의 ‘낮은 곳에 머묾’이나 불가의 ‘하심’도 모두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모르는 것은 결코 부끄러움이나 죄가 아니다.

우리 모두 겸손하고 진솔하게 묻고 또 성의껏 답해주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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