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나 인테리어 등의 이유로 잠깐 처치가 곤란해진 짐을 이삿짐센터에 맡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 이렇게 맡긴 짐은 컨테이너 박스에 넣어 야외 창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 또 가족 몰래 즐기고 있는 취미생활 용품을 보관할 곳이 없어 차에 싣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대학생인 A씨의 경우 방학 중 짐을 둘 곳이 없어 큰 짐가방을 가지고 집으로 이동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창고뿐 아니라 주방도 공유한다. 울산 중구 성남동 청년디딤터 1층 다담터 ‘푸른’에는 모두가 필요할 때와 이용할 수 있는 공유주방이 상시 운영 중이다. 다담터 ‘푸른’에는 냉장고·냉동고 각각 1기를 포함한 다양한 가전들이 마련돼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청년 B씨도 친구들과 함께 이 공유주방 사용을 고민하고 있다.‘공유’ 키워드가 생활경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변화되는 공유경제 상황을 살펴본다.

◇울산 ‘공유창고 MATA’
집값이 오르고 1인 가구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작은 규모의 집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한편 물건의 양은 늘어나 원룸을 계약해 창고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증명하듯 요즘 신축 아파트에선 가장 인기 있는 옵션이 ‘세대 창고’라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공간’이 부족해진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최근 울산에서 짐을 보관할 ‘창고’를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생겨났다. 월 일정 금액을 받고 창고 공간을 빌려줘 고객들의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다. 울산 남구 삼산동 도로변에 있는 ‘공유 창고 MATA’(마타)는 울산에서 처음 생겨난 공유창고 서비스다.
고객들의 다양한 짐을 보관하고 있는 만큼 내부에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미리 전화로 계약을 끝내고 창고를 사용 중인 고객들만이 NFC 인증을 받은 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내부에 들어가면 흰 박스 모양의 창고들이 사물함처럼 줄지어있다. 창고마다 번호판이 붙어있고 아래로 비밀번호 키가 붙어있다.

이곳에 마련된 30여개의 창고 공간의 크기는 M, ML, L, XL로 다양하다. 작게는 넓은 옷장 한 칸 정도 크기의 공간이 있는가 하면 냉장고, 에어컨 2개가 뚝딱 들어갈 만큼의 공간도 있다. MATA는 지난 2022년 9월 말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규철 공유창고 MATA 대표는 캠핑을 취미로 시작한 이후 구입한 짐을 보관할 곳이 없어 울산에 공유창고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캠핑이나 낚시 등 취미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장비의 크기는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 집엔 둘 곳이 없어 공유창고를 만들게 됐다”며 “처음엔 캠핑족을 위해 공간을 구상하고 만들었는데,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창고를 사용하면서 최근 달동에 2호점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은 취미생활 용품뿐 아니라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철 지난 옷을 보관해 놓고 때마다 꺼내오기도 하고, 일정 나이가 지나면 사용하지 않게 되는 유모차, 카시트 등 아기용품을 맡겨놓기도 한다. 공유창고 서비스의 경우 일반적인 짐 보관 서비스와 달리 중간중간 들러 짐을 꺼내거나 더할 수 있어 자주 사용하게 되는 물건 보관에 쉽다.
24시간 운영 중이라는 부분도 내 집처럼 사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이라는 타이틀에 알맞다. 제습기가 24시간 돌아가고, 방역까지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내 집 창고보다 더 쾌적한 공간에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 대표는 “요즘 아파트엔 베란다가 없는 경우가 많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진 탓인지 심지어 울주군 언양에서도 짐을 보관하러 온다”며 “내가 필요해 만든 공간인데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울산 공유주방 다담터 ‘푸른’
공유주방 다담터 ‘푸른’을 운영 중인 전무근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매니저는 “집에 오븐이 없어 제빵 연습을 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 이용료가 없어 정기적으로 찾는 인원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다담터 ‘푸른’은 지난 2022년 7월 카페 공간을 재단장해 문을 열었다. 처음엔 잘 알려지지 않아 지난해 30팀 정도가 찾았으나, 입소문을 타며 올해 4월까지 21팀이나 방문했다. 이곳은 주로 레시피를 개발 중인 소상공인들이 방문한다. 또 요리 유튜브 촬영이나 원데이클래스 진행 장소로도 이용되며 요리터이자 사랑방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난 3일 천연발효 식품 클래스 수업을 위해 이곳을 찾은 천명화씨는 “요리에 관심이 많은 다양한 사람과 함께 필요한 수업을 듣고 각자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나누고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아 주기적으로 공유주방을 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마다 주방이 없는 집은 없지만 생활공간인 만큼 다수가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눌만한 공간은 쉽게 마련하기 어렵다. 더구나 여러 사람이 모여 요리를 하기엔 일반 가정집의 주방은 턱없이 비좁기만 하다. 하지만, 다담터 ‘푸른’에는 서너명 정도가 들어가면 알맞은 주방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4~5명분의 조리 도구가 마련돼 있어 동시에 다른 요리를 만들 때도 불편함이 없다.
전 매니저는 “초기엔 연구실이 필요한 소상공인·창업자들을 위해 고안한 공간이지만 그냥 편안하게 와서 함께 요리하고 수다도 떠는 공간으로 활용해도 좋다”며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편하게 대여 신청을 할 수 있고, 사용 횟수 제한도 없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글=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