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너 소사이어티 익명 회원으로 남몰래 기부를 해오던 박환규씨가 공식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2014년 울산 아너 소사이어티 창립식이었다.
울산 이사랑치과 원장인 박 아너는 “당시 다른 지역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이 모여 창립을 하는데, 울산만 회원이 부족해 창립식을 못하고 있었다”며 “이에 그간 익명으로 기부를 해오다 5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려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하면 이름을 올리게 되는 아너 소사이어티가 울산에 창립된 뒤에도, 박 아너는 지역을 위한 다양한 봉사에 뛰어들었다. 북구 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장, 바르게살기운동 울산시협의회, 국제라이온스 활동을 통한 대외 봉사 활동 등을 거치면서도 박 아너는 초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박 아너는 “돈이 많아서 하는 기부도 아닌데, 저같이 부족한 사람이 이름이 알려지는게 처음에는 싫었다”며 “다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뀐다. 선한 영향력이란게 있는 것 같다. 봉사나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면 주위에서 눈여겨보고 참여하는 경우도 있고, 울산에 기부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멀리 퍼져나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아너의 기부를 지켜보던 아내 최경미씨도 지난 2016년 울산 58번째 아너가 되며 부부 아너가 탄생했다.
최 아너는 교감으로 근무하다 명예퇴직을 하며 받은 퇴직금을 기부하면서 1억원을 흔쾌히 약정했다.
최 아너는 “남편이 옆에서 기부하는 걸 꾸준히 봐왔는데, 어느날 남편이 ‘사회에서 버는 돈이 다 내 돈이 아니다’란 말을 했다. ‘주변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내가 돈을 벌 수 있고, 이에 번 돈을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것도 하나의 이치인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마음 속에 오래 남았다”고 밝혔다.
박환규·최경미 부부 아너의 활동을 본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부부를 적극적으로 응원하며 지금은 부부를 넘어 ‘패밀리 아너’ 달성도 생각하고 있다. 박 아너는 “저희 활동을 오래 지켜본 아들이 흔쾌히 아너 소사이어티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논의하고 있어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울산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전 회장으로도 활동한 박 아너는 “울산은 아직 광역시 단위의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나눔 문화가 소극적인 부분이 많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현재 젊은 영 아너들의 활동이 굉장히 열정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영 아너들의 활성화로 부부, 자녀, 지인끼리 나눔 문화가 적극적으로 전파돼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그 들을 주축으로 나눔 문화 확산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의 절반이 넘은 시점에서도 아직 2024년 1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회원이 나오지 않고 있는 등 울산에 침체된 나눔의 열기를 끌어올리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아너는 “나눔도 바이러스처럼 유행인 것 같다. 확실히 이전에는 울산에도 불이 붙어 나눔 문화가 퍼져나갔는데, 코로나와 경기 문제로 주춤하고 있다. 나눔은 특히 경기에 민감해서, 올해 아직 가입 소식이 없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라고 아쉬워했다.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박 아너와 최 아너는 모두 “나눔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퍼져나갸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아너는 “울산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대부분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뜻이 있어서 기부를 하는 만큼 주위에서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사실 아직도 기부를 하면 ‘너 돈 많구나, 나 좀 도와주지’란 인식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 소문나는 걸 무서워 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각보다 응원과 긍정의 마음으로 기부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나도 곧 뒤따라 갈게’란 인식이 울산에 더욱 퍼졌으면 좋겠다”며 “저희가 절대 대단하거나 돈이 많아 기부를 시작했던 게 아닌 것처럼 기꺼이 작은 나눔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마음과,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널리 퍼지면 나눔 도시 울산으로 금방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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