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특산물이 사라진다]돈 안되는 미역·한우 더는 안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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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특산물이 사라진다]돈 안되는 미역·한우 더는 안키운다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4.07.1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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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어민이 울산지역 특산품인 자연산 돌미역을 말리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울산의 대표 특산물 중 단연 손에 꼽히는 것은 한우와 미역이다. 그러나 이 특산품들 역시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명맥이 위태롭다. 전국 최초로 ‘한우불고기 특구’로 지정됐던 울산의 명품 한우는 소값 하락과 사육비 상승 여파에 사료비 충당 조차 힘들 정도로 농가의 경영난이 심하다.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좋은 품질을 자랑하는 ‘울산 미역’은 이상기후에 따른 수온 변화와 원전 온배수 보상 문제로 해마다 어업권이 줄어들고 있다.



◇미역 양식업 매년 줄어

서생에서 30여년간 미역 양식업을 이어온 송승규씨는 “수온이 점점 예측 불가능해져 수입이 오락가락한다”고 토로했다. 고수온에 취약한 미역은 10~13℃ 사이, 20℃ 이하에서 가장 생산량이 좋다. 12월 말부터 4~5월 말까지 채취하는데, 올해는 3월부터 고수온 영향으로 생산량이 20~30%가량 감소했다.

서생 미역은 많은 일조량, 거센 조류, 차가운 해수 온도로 일반 미역과 달리 잎이 좁고 탄력이 강한 일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동해안 수온이 지속 상승하며 수입이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송씨는 “미역은 수온이 1℃만 올라가도 품질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수온에 예민한데, 최근 수온은 올랐다 내렸다 폭이 너무 크다”며 “미역 양식만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생 미역 양식업자의 평균 나이대가 60대다”고 말했다.

미역 생산은 연근해어업(바다에서 직접 수산동식물 포획·채취)과 해면양식업(바다나 육상에 인위 시설물 설치해 기타수산동식물 기르는 어업)에 속한다.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에 따르면 울산은 지난 2022년 연근해어업 1만5919t, 해면양식업 3706t을 생산했는데, 지난해는 연근해어업 1만2721t, 해면양식업 2424t을 생산해 전년 대비 각각 20%와 34% 감소했다. 갑각류, 어·패류 등도 감소세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동해안의 가파른 수온 상승이 꼽힌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동해 연안의 수온 관측치는 전년 동기대비 1.7℃ 오른 15.3℃였다.

한국수력원자력도 미역 어업권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생면에는 새울 1·2호기 등 원전이 가동 중이다. 원전에서 배출되는 따뜻한 바닷물(온배수)로 인한 미역 생산량 감소 피해가 있어, 한수원은 피해 대상 양식장을 대상으로 보상을 진행한다.

한수원에 의하면 미역 양식업 보상 대상 28곳 중 18건에 대해 보상을 마친 상태다. 온배수로 미역 양식이 사실상 어려워, 보상을 받으면 대부분 양식업을 그만두는 추세다. 실제 울주군에 등록된 미역 양식업은 37곳이었지만, 지난해 2곳이 보상을 받고 문을 닫았다. 한수원의 보상 대상이 아직 10곳 남아있어 울산 미역 양식업자와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 팔아도 외상 사육비 못 메꿔

정인철 전국한우협회 울산지회장은 “한우 농가를 운영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외상 사룟값이 한도 초과돼 농협에 서 사료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 농가를 운영하는 정 지회장은 “농협에서 외상으로 사료를 받아온 뒤 소를 팔아 수익을 내 사룟값을 갚는데, 저뿐 아니라 대부분 농가가 돈을 못 갚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지 소값이 떨어지고 사료비, 인건비 등 사육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2년여째 이어지며 울산 한우 농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마리당 판매 수익은 평균 -142만6000원으로 산출됐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이 2배 이상 커졌는데, 한우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도 한우 가격 추가 하락을 예고하는 등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소를 팔아도 사룟값은 커녕 적자만 계속되니, 한우 농가에서는 외상을 갚기 위해 소를 계속 팔게 된다. 이에 소규모 한우 농가는 폐업하거나 한우 마리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현재 울주군에 등록된 한우 농가는 1523곳이다. 지난 2022년부터 2년 사이 휴업을 한 농가는 46곳, 폐업을 한 농가는 346곳에 달한다.

정인철 지회장은 “그동안 130마리의 소를 키웠는데 올해 100마리까지 줄고, 앞으로 80마리까지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대부분 울산 한우 농가의 마릿수가 대폭 줄었다”며 “2년 동안 이런 현상이 이어지며 농가들 사이에서 ‘소가 소를 먹는다’라고 했는데, 이젠 소가 농장을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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