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찾은 울주군청사 1층. 알프스홀 맞은편 재난안전상황실 옆에는 별도의 표시 없이 불이 꺼진 공간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벽면에는 군의 역사와 미래, 울주의 탐험·사업 등 군을 홍보하는 각종 글귀와 체험을 위한 모니터들이 붙어있지만 화면은 꺼진 채 작동되지 않았다.
특히 반구대암각화, 천전리각석 등을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VR 체험시설 역시 작동이 되지 않았다.
해당 전시관은 지난 2018년 울주군청 신청사가 개청될 때 조성됐던 ‘천년문화전시관’으로 약 1년 반째 운영 중단 상태다.
군은 앞서 청량면 율리에 신청사를 개청하면서 1층 신청사 로비에 천년문화전시관을 만들고, 군의 역사를 연대표로 정리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정명천년의 벽을 조성했다.
4억7000여만원을 투입한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 VR체험 콘텐츠 개발’ 사업도 함께 진행하며 천년문화전시관 내부에 가상현실로 반구대 암각화 게임을 할 수 있는 체험존도 설치했다.
그러나 천년문화전시관이 조성되자마자 안내판의 울주 역사에 관한 내용이 실제와 달라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시민들의 이용도 없어 약 2년여 뒤 군은 천년문화전시관을 ‘울주문화전시관’으로 변경했다. 울주의 역사, 미래 등을 홍보하며 군청 견학시 방문하는 등으로 활용했지만 이마저도 하루에 1명이 채 찾지 않는 등 시민들의 외면이 이어졌다.
VR 기기마저 설치 약 3년 뒤 고장이 났다. 군은 수리에 나섰지만 이미 설치 업체가 폐업해 수리나 재사용이 불가능해 방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청사 방문이 더욱 제한되자 결국 군은 아예 전시관을 폐쇄하고 청사 층별 안내 등에서도 이름을 뺐다.
전시관 조성에 최소 수억 원이 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청 당시 전시관 예산을 별도로 구분해 두지 않아 현재로선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6년 간 관할 부서도 지속적으로 변경되는 등 군에서도 제대로 된 쓰임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결국 지난해 4월 방치되던 군청 1층 울주문화전시관 활용 방안에 대해 직원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고, 바로 옆에 위치한 재난상황실을 확장해서 쓰기로 결정했다.
군은 이달부터 리모델링을 위한 실시설계에 들어간 가운데, 예산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울주군 관계자는 “복합적인 이유로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재난상황실 업무도 점점 늘어나는 만큼 드론으로 산사태나 산불, 교통 등을 통합적으로 보기 위한 장소로 다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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