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울산지회장은 인터뷰에서 협회와 회원사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울산 여성 경제인의 지위 향상과 여성 기업의 경영 활동 촉진 도모를 위해 설립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울산지회는 지난 2002년 3월부터 지금까지 많은 여성 경영인들의 자립과 성장의 디딤판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정 회장은 “여전히 여성 경제인·경영인으로서 활동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 기업이 커지고, 질 좋은 여성 일자리 증가를 통해 집안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들을 경제인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결국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지적한다.
직장인에서 전업주부로, 다시 경영인으로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온 정 회장은 고향인 전남 근처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정 회장이 울산에 정착하게 된 건 1986년 자동차 회사에 재직 중이던 남편을 따라서였다. 통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그동안 적지 않은 월급을 받아 가며 일하던 직장을 바로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동안 먼 거리를 오가며 직장 생활의 끈을 이어가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내려놓고 ‘엄마’이자 ‘아내’ 정선숙으로 세월을 지냈다.
작은 주택 하나에 아홉 가족이 모여 살면서 남편 도시락 준비부터 육아, 틈틈이 농사까지 도맡아 했다. 그럼에도 콜라 한 병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다시 사회로 나갈 결심을 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정 회장은 “뭔가 해야지 하는 생각에 솔방울씨 등을 얻어 말린 뒤 막사 부지를 빌려 무작정 씨앗을 심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건설업체에 키운 나무를 하나둘 납품하면서 어느덧 지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경험한 여러 사례들을 나열하며 여성 경제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여전히 편견이 잔존해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대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네가 할 수 있겠냐’는 듯 바라보는 시선들과 공모 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등 부조리와 항상 맞서 싸워야 했다. 심지어 여성 대표라는 이유로 무단으로 약속을 파기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했다.
이에 정 회장은 누구보다 깔끔하게 작업복을 갖춰 입고 가장 먼저 작업장으로 나섰다. 철저한 공부를 통해 세밀한 부분까지 찾아내 시정하면서 당당히 입찰에 성공했다. 그렇게 조금씩 거래처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작은 나무정원을 3000여 개가 넘는 조경목을 키우는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아무래도 조경업계 자체가 남성 대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성 경영인으로서 초반 네트워크가 부족해 성장이 늦어진 것 같다”며 “엄마로서 내 일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술대접 등의 영업보다 결과로 신뢰를 주자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회사를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의 여성기업에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정 회장은 망설임 없이 ‘판로 지원’과 ‘네트워크 강화’를 꼽았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판로 개척을 위해 우수한 여성기업 제품이 다양한 유통 채널과 기관 등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여성기업 확인서 발급, 공동 구매 플랫폼 운영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런 역할을 하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를, 자신이 초창기 기업을 설립하며 느꼈던 고민을 지역 여성 경제인 후배에게 전수하고 편히 나눌 수 있는 조직화된 커뮤니티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협회에 소속된 기업체 하나하나가 좋은 본보기가 돼, 경제인이 되고 싶지만 갈피를 잡지 못해 집안에 머무르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선숙 회장은 “작은 나무는 큰 나무 아래 있으면 빛을 못봐 죽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지역의 여성 경영인 한사람 한사람이 좋은 롤모델이 돼 지역의 후배 경영인들의 꿈이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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