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꿈을 위해 취업을 건너뛰고 곧바로 창업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 창업 6년차인 RC블럭 강동훈(31) 대표다.
강동훈 RC블럭 대표는 어릴 때부터 RC카나 비행기를 만들고 조종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조립품을 사서 혼자 조립하고,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개조까지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을 마음에 품게 됐다.
하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만든다는 사업 발상은 냉정한 시장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문제는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시제품을 만들고 시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생각보다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고 대량 생산에 필요한 금형, 인증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필요한 금형값만 6000만원에 달했을 정도였다. 복잡한 허가 절차와 계속해서 바뀌는 법도 초기 창업자에게는 계속해서 난관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다니다가 무작정 기술 창업에 뛰어들었던 만큼, 창업 초에는 매출이 사실상 아예 없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자금과 적금, 청약 통장 등을 모두 깨서 창업자금으로 털어넣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저녁마다 대리운전으로 자금과 생활비를 마련했다.
그는 중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했고, 개발과 출시까지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캐드, 전자회로 조립 등 기본 지식을 독학해 나가며 사업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RC블럭까지 오게 됐다. 드론과 RC카, RC 비행기 등을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게 하는 아이템을 만들려는 목표를 담아 업체 이름도 RC블럭이라고 지었다.
강 대표는 유행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메타버스, AR(증강현실) 등을 두루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맛 본 실패와 경험을 녹여 3D프린팅으로 사업 방향을 설정했다.
현재는 독학했던 기술을 살려 3D프린트를 활용해 기업, 기관 등의 제품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만들어주는 사업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혼자서 갈고 닦았던 사업장에는 직원 3명이 함께 하며 15배가량 오른 매출을 일궈냈다.
강 대표는 RC블럭의 상황에 대해 “스타트업은 키워드 싸움”이라며 “나라장터 입찰 등 사업을 키우기 위해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3D프린팅 시장이 크진 않지만, 그는 미래 확장성과 시장성을 확신한다. 발전하는 기기를 통해 더 많은 곳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와의 차별성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제품을 제작하기 전 현실 공간에 3D모델링 데이터를 활용해 AR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기업체 사이에서도 시제품 출시 전 구현된 제품을 확인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RC블럭의 기술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창업 후 숱한 고비를 겪어오며 분명해진 것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자산’이라는 가치관이다.
강 대표는 “일에는 사람을 늘 1순위로 둔다. 늘 혼자 일하면서 돈과 사업은 때가 있고 지나고 보면 남는 건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사업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성공해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팀원들이 소중하다.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한 인연이 RC블럭의 자산이 됐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팀원들의 해외 벤치마킹 등을 지원해 국가와 울산에 보탬이 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학교와 기관 등에 3D프린팅 강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취업이라는 만들어진 길을 걷는 것보다 창업이라는 길을 개척해서 나아가는 게 더 힘들지만, 어린 세대가 울산에서 좋아하는 일에 마음껏 도전해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강동호 RC블럭 대표는 “3D프린팅을 떠올렸을 때 울산을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선구자가 되고 싶다”며 “구글처럼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사옥을 지어 인재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게 꿈이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