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 속 남들보다 일찍 아침을 맞으면서, 조용하지만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울산 곳곳에서 아침을 깨우고, 바삐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지치지 않고 매일 나아가는 이들이 바라보는 울산의 아침과 또 미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경상일보가 1만 번째 아침을 여는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아침을 연 이들을 만나 그들의 아침과 함께 소망을 나눈다. 글=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사진=김경우·김동수기자

울산의 새벽을 가르는 네바퀴
“건강하게 오래 달리고 싶어”
선요원 /5003번 버스 승무원
KTX울산역에서 만난 선요원(41) 승무원은 파란색 승무원복을 입은 단정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구김 하나 없는 긴팔, 긴바지 복장에 대해 “시민들을 항상 깔끔한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어 복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선 승무원이 운전하는 대우여객 5003번 리무진 버스는 오전 4시 북구 대안 입구에서 출발해 KTX울산역으로 향하는 사실상 울산의 첫차다.
그는 “오전 4시 첫차 운행이 잡히면 오전 2시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며 “매일 출발 전 엔진오일 확인이나 냉각수, 전조등 같은 전반적인 차량 정비에 20분가량이 걸려 일찍 준비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추운 새벽시간대 혹시나 일찍 대기하는 손님들이 있을까 오전 3시40분에는 시동을 걸고 대안 입구 차고지에서 출발 채비를 마친다. 오전 4시 여전히 어둠이 걷히지 않은 조용한 새벽 도로로 나서면 한 번 운행하는데 1시간20~30분. 운행을 마칠 때 쯤이면 어스름히 밝아오는 햇빛이 보인다. 겨울철에는 아침인지도 모르게 깜깜하기도 하다.
선 승무원은 “첫차 운행을 하려면 매일 오후 9시에 자도 5시간30분 밖에 못 잔다”며 “잠을 푹 못 자는 게 아무래도 가장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범 운전자인 선 승무원이 가장 보람 찬 순간은 승객들과 밝은 인사를 나눌 때다. 그는 “타고 내리시는 승객분들이 ‘진짜 운전 잘하신다’ ‘덕분에 편하게 잘 왔다’는 인사를 해주시면 늘 기분이 좋다”며 “언제 들어도 가장 보람차고 행복해지는 순간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울산에서 나고 자라면서 울산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선 승무원은 “우리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살아보니 건강이 최고인 것 같고, 건강과 몸이 허락할 할 수 있는 데까지 승무원으로 울산을 계속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시장의 활력을 깨우는 목소리
“경매시장에 생기 더 넘치길”
박규태 농수산물도매시장 공판장장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도매동은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청과도매동 울산원예농협 공판장사업소로 향하자 박규태(52) 공판장장이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공판장, 공판장을 총괄하는 공판장장을 맡은 박 공판장장이 울산에서 경매 업무를 맡은 지는 올해로 24년째다.
그는 “농협 입사는 지난 1997년에 했고, 본격 경매사 일을 시작한 것은 2000년이다”며 “요즘에는 매년 경매사 시험이 열리지만, 제가 시험칠 당시에는 2~3년마다 겨우 한 번 열리는 시험에 응시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도매동에서 경매에 흥을 돋우는 호창이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5시. 매일 들어오는 수많은 물량의 경매 진행을 위해서는 오전 4시에는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박 공판장장은 “겨울 새벽 출근 때는 정말 춥다. 해도 오전 7시는 넘어야 떠서 깜깜한 새벽 별 보고 떨면서 출근한다”며 “20년차 쯤 되니 관성이 생긴 것 같다. 술을 많이 마셔도 오전 4시가 되면 눈이 번쩍 떠진다”고 웃었다.
추석이나 설날 등 모두가 쉬는 연휴가 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대목이다. 매일 들어오는 농수산물 경매 진행을 위해 일주일 중 일요일 하루만 쉬고, 공휴일에도 거의 쉴 수 없는 경매사들은 1년에 300일 넘게 일을 해야 한다. 박 공판장장이 가장 보람찬 순간은 경매 물량이 다 나가고 시세가 잘 나올 때다.
박 공판장장은 “호창을 할 때 가격이 비싸면 당연히 물건이 잘 안 나가지만, 너무 싸도 물건이 안 나간다”며 “업계에서는 흔히 ‘시세를 땡긴다’고 하는데, 그럴 때 경매사들이 적정하게 호창을 하면서 줄다리기를 한다”고 말했다.
새벽 시간대에 활기찬 경매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박 공판장장은 “농사 짓는 물량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체감된다”며 “예전에는 물량이 넘쳐 주차장까지 박스들이 늘어섰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못 본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앞으로 울산의 대면 경매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고 더 생기가 넘쳤으면 좋겠다”며 “도매상인들과 소비자, 저희들 모두가 희망찬 아침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년째 한자리 변함없는 미소
“매일 웃는 일 더 많았으면”
임미화 싱글벙글 꽃집 대표
“한 번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기가 울산에서 제일 부지런한 집인 것 같다’는 말을 하고 갔어요. 매일 새벽 2~3시부터 항상 불이 켜져있다면서…”
울산에 온 지난 1973년 옥동에서 꽃 도매와 꽃집을, 지금은 삼산에서 50년째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미화(77) 대표가 꽃들 속에서 반갑게 웃으며 맞이했다.
임 대표는 “울산에 처음 왔을 때는 꽃집이 많이 없었다”며 “큰 꽃 도매시장도 없어 도매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매일 새벽 1시에 눈을 뜬 임 대표와 남편은 새벽 2시 울산에서 출발해 대구 꽃 시장으로 향한다. 울산에 다시 돌아오면 오전 8시. 꽃을 가져다 두고는 바로 김해 꽃 시장으로, 국화가 유명하다는 마산으로, 인근 지역을 전부 돌아다니며 꽃을 가져와 도매시장을 운영했다.
임 대표는 “그때가 습관이 됐는지 요즘에도 오전 3시30분이면 남편은 눈을 뜨고 새벽운동을 한 뒤 가게 문을 연다”며 “50년 넘게 꽃집을 하다 보니, 이제는 꽃 도매보다는 꽃집에 집중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울산에서 이른 새벽부터 가게 문을 열던 임 대표는 울산이 변화하는 모습도 그대로 지켜봤다.
그는 “꽃집을 운영하다보니 상가나 지역 상권들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며 “과거에는 활기찼는데 지금은 옥동·달동·삼산 상가도 곳곳이 많이 비어있고, 젊은 층이 많이 떠나는 것 같아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른 아침 손님들이 찾아와 꽃다발을 사가거나, 울산 곳곳의 승진·개업 등 특별한 순간에 화환·화분 등을 만들어 보내는 순간은 임 대표에게 행복하면서 보람찬 순간이다.
임 대표는 “울산에 처음 왔을 때는 온통 자갈밭이었는데, 지금은 산도 바다도 들판도 다 있어서 정말 환상적인 도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소망에 대해 임미화 대표는 “꽃집 상호인 ‘싱글벙글 꽃집’처럼 매일 웃으면서 ‘싱글벙글’ 살고 싶다”며 “최근에 크게 아팠는데, 그때를 계기로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