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도 노후한 공공시설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오래된 공공건물 가운데 다수가 학교인데, 학교 건물은 다중밀집시설로 냉난방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패시브 하우스 기술을 적용하면 효용이 높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오래된 학교를 리모델링하며 ‘패시브 하우스’ 기술을 접목해 눈길을 끈다.

◇낡은 학교 건물 패시브 하우스로 탈바꿈
주거공간과 상업시설이 밀집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심부에 있는 ‘루트비히 뵈르네 학교’(Ludwig-Borne-Schule)는 다양한 패시브 하우스 기술을 접목해 리모델링하고 2011년 새롭게 문을 연 중등통합학교다. 350여명의 학생들이 생활하며 배우고 익히는 곳으로 36개 교실과 도서관, 학생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부터 건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펴왔다. 특히 프랑크푸르트는 2007년부터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건물은 패시브 하우스 기술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정책이 바탕이 돼 프랑크푸르트는 2010년대부터 패시브 하우스 기술의 중심지가 됐다.

루트비히 뵈르네 학교 리모델링은 프랑크푸르트 교육청 주도로 진행됐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건물 성격에 맞춰 패시브 하우스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도시 중심에 있는 노후한 학교 건물을 탈바꿈시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높다.
루트비히 뵈르네 학교에 적용된 패시브 하우스 기술은 크게 네가지다.
첫번째는 높은 단열 시스템으로 건물 전체에 두께 30㎝ 이상의 단열 자재를 시공했다. 두번째로 건물 내부의 열이 밖으로 쉽게 빠져나오지 않게 단열 성능이 높은 삼중 유리를 창호에 사용했다. 건물 안의 공기가 밖으로 쉽게 빠져나오지 않게 창호의 기밀성도 높였다.

또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는 환기가 중요한데, 창문을 열지 않고도 신선한 공기가 드나들 수 있게 열 회수 환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열 회수 환기 시스템은 실내에서 배출되는 공기에서 열을 회수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데운다. 이렇게 하면 열을 80% 이상 회수해 재이용할 수 있다. 학교 건물 꼭대기 층에 위치한 열 회수 환기 시스템은 교실, 식당, 사무실 등 공간별 이용 시간에 따라 가동 시간을 조절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삼중 유리와 열 회수 환기시스템은 교실 등 패시브 하우스 기술은 학교의 모든 공간에 적용됐다.
또 건물 내부에는 거주하는 사람과 컴퓨터 등 교실의 각종 장비, 식당의 조리 열 등 다양한 열이 발생한다. 루트비히 뵈르네 학교는 벽과 바닥, 천정의 콘크리트 두께를 기존보다 훨씬 두껍게 해서 열을 효율적으로 잘 저장할 수 있게 했다. 프랑크푸르트도 한겨울에는 최저기온이 영하에 가깝게 내려갈 만큼 겨울 추위가 매섭지만, 다양한 패시브 하우스 기술 덕분에 별도의 난방 시스템 없이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루트비히 뵈르네 학교는 이러한 다양한 패시브 하우스 기술을 적용하면서 에너지 사용량을 리모델링 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원도심과의 조화와 지속 가능성
루트비히 뵈르네 학교는 도심에 있어 100년 이상된 건물들과 나란히 자리한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을 하면서도 주변 건물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세로 형태의 창문을 사용했다. 건물 외벽은 모래색의 석회암으로 꾸몄는데, 다양한 각도로 기울어진 창문은 건물의 입체감을 돋보이게 하고, 햇빛이 교실 내부로 더욱 많이 들어올 수 있게 한다. 외벽 뒤에 설치된 배수 시스템은 외벽과 창문의 빗물 자국을 방지해 외관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유지보수 비용도 크게 줄여 준다. 창문에는 여름철 과도한 태양열이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블라인드를 달았다.
내부는 스위스 색채 예술가 ‘호르헤 니더벨거’(Jorg Niederberger)가 참여해 학교 건물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감을 살렸다. 입구, 메인홀, 계단, 복도, 교실 벽까지 이어지는 독특하고 밝은 색상의 조합은 자연 소재와 어우러져 밝은 학교 이미지를 만든다. 이처럼 다양한 패시브 하우스 기술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루트비히 뵈르네 학교는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쾌적한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환경 변화로 학습 능률을 높이고,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루트비히 뵈르네 학교는 에너지 효율, 건축 미학, 교육적 가치를 조화롭게 결합해 교육기관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인터뷰] 주세페 비탈레 프랑크푸르트시 에너지 관리담당

-공공 건축물 중에서도 학교는 유지보수에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액티브 하우스 기술을 적용해 관리에 까다로운 점은 없나.
“1년에 두번 열교환기 필터를 교체하는 것 외에는 유지보수 측면에서 다른 것은 없다. 다른 학교 건물과 비교해 특별히 까다롭지 않다.“
-2011년 리모델링이 끝난 이후 12년 이상 지났는데, 학교에 액티브 하우스 기술을 적용해 보니 어떠한가.
“겨울철에는 태양광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단열·기밀 시스템 덕분에 충분히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다만 최근 여름철 기온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어, 과열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낮에는 태양 차단막을 내려 조절하고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 건물 모든 창문을 열어 차가운 공기가 순환하게 등으로 조절한다. 에어컨 등 냉방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어서 환기에 더 신경 쓰고 있다.”
-300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이 머무는 공간인데, 액티브 하우스 기술에 대한 불만은 없나.
“건물에 대해 구성원의 만족도는 높다. 올해 여름 무더위가 극심할 때 태양광 차단막 조절에 대한 민원은 다소 있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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