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멘트는 아파트나 빌딩 등 고층 건물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재료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높다. 시멘트는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탄소조정국경제도(CBAM) 대상 품목 6가지에 포함될 정도로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품목이다.
프랑크푸르트의 세계적인 박람회장 메세 인근에 시멘트 사용을 최소화하고 목재를 이용해 지어진 오피스 빌딩 ‘팀버 파이오니어’(Timber Pioneer)가 있다.

◇8층 높이의 목재 빌딩
팀버 파이오니어는 유럽에서 다양한 혁신적 건축물을 지어온 ‘UBM Development’가 올해 완공한 오피스 빌딩이다. 로비에 들어서면 건물 입구부터 높은 천고를 받치고 있는 나무 보와 나무 계단이 인상적이다. 팀버 파이오니어는 프랑크푸르트 최초의 목조 하이브리드 고층 빌딩으로 친환경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통해 탄생하게 됐다.
팀버 파이오니어는 습기에 취약한 외벽과 엘리베이터 공간 등 안전상 필요한 부분만 알루미늄과 콘크리트로 시공하고 나머지는 나무로 지어졌다. 8층 높이의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대부분의 구조가 나무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버 파이오니어는 전통적인 목재 건축 방식에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건물은 오스트리아에서 정교하게 사전 제작된 목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세웠는데, 이 방법으로 15주만에 건물 뼈대를 완성해 공사 기간도 크게 줄였다. 이 건물에는 국제 산림관리단체인 FSC의 인증을 받은 오스트리아산 가문비나무를 가공해 사용했다.

◇지속 가능한 건축물
팀버 파이오니어는 프랑크푸르트의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당초 부지에는 348개 객실 규모의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건축 계획에 큰 변화가 생겼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정책적 노력이 더해져 팀버 파이오니어가 지어졌다.
목재를 이용해 건물을 지으면 콘크리트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또 목재는 탄소를 저장하는 기능도 해 환경 측면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측면에서 효과가 높다. 팀버 파이오니어에 사용된 나무에는 1800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효과가 있다.

흔히 목재 건물이라고 하면 관리가 까다롭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습기만 유의하면 특별히 신경 쓸 부분은 없다. 팀버 파이오니어는 목재를 주요 자재로 활용하면서, 습기에 취약한 자재 특성을 고려해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도색 등 가공하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 사용했다.

또 건물 상층에 내부의 누수를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또 지붕에서 배수관로로 이어지는 우수관에는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이렇게 관리하면 목재 건물도 철근 콘크리트와 비슷하게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팀버 파이오니어가 지어진 데는 다양한 공공 지원 정책이 영향을 줬다. 독일에서는 건물을 새로 지을 때 탄소배출 등 환경적 요소를 고려할 경우 건축주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건축비 마련을 위한 융자를 제공하는 등 이점이 많다.
또 건물 수명이 다한 뒤 철거할 때 철근 콘크리트의 경우 대부분이 폐기물로 버려지지만, 팀버 파이오니어에 사용된 나무는 가구나 종이 등에 재활용될 수 있어 자원 활용도도 높다.
◇이용자 고려한 친환경 건축물
팀버 파이오니어는 70%가 사무공간, 나머지 30%는 공용공간으로 이용된다. 낮 시간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중정과 옥상에 정원을 갖춘 녹지 공간을 마련했다. 이용자들이 휴식하고, 건물이 내뿜는 열을 식힐 수 있다.

또 내부는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작은 창문을 내 환기를 쉽게 하면서도 내부 온도가 급격하게 변하지 않게 했다. 천장에도 환기 시스템과 냉난방시스템을 달아 프랑크푸르트 지열발전을 통해 공급받은 열로 실내 온도를 조절한다. 이와 함께 고성능 단열재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
한스 피터 프레이 UBM Development 프랑크푸르트 지사장은 “현재로서는 목재 건물이 철근 콘크리트 대비 자재 비용이 10~15%가량 더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사례가 확대되면 철근 콘크리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자잿값은 조정될 것으로 본다”며 “팀버 파이오니어 프로젝트를 통해 아파트도 목재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 많은 목재 건물이 생겨날 수 있게 하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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