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는 도시 내 자연 공간 확대와 공공녹지 활용을 통해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정원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Park Connector Network)와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Skyrise Greenery) 같은 프로젝트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시민들과 여행객 모두에게 자연과 어우러진 독특한 도시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싱가포르는 도시 곳곳에 분포한 400여 개의 공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500㎞ 길이의 공원 연결망을 구축해 모든 가정이 공원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또 도심 상업지대의 건축물을 녹화해 도심 공원을 추가 조성하는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건축물의 옥상이나 외벽을 녹화하는 사업에 참여할 경우, 국립공원위원회는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한다. 이 사업은 2009년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약 193㏊의 녹지를 추가로 확보하며 회색빛 건물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자연 속의 도시’라는 싱가포르의 비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사례들을 살펴본다.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로 탄생한 ‘캐피타스프링’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고층 복합 빌딩인 캐피타 스프링(Capita Spring)은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2021년 완공된 이 건물은 금융 중심지인 래플스 플레이스(Raffles Place)에 위치하며, 높이 280m, 연면적 9만3000㎡ 규모로 설계됐다.
고층부에는 주거시설이, 저층에는 오피스와 상업시설이 위치한다. 전형적인 주상복합 빌딩이지만, 건물의 약 35%가 녹지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17층부터 20층까지 이어지는 ‘그린 오아시스(Green Oasis)’다. 약 35m 높이의 열린 공간으로, 열대 식물과 나무들로 둘러싸인 나선형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이곳은 도심 숲을 연상시키며 입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휴식과 운동 공간을 제공한다. 또 행사가 열리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건물 꼭대기인 51층에는 싱가포르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옥상 정원이 위치해 있다.
캐피타 스프링 빌딩이 이 공간을 무료로 개방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들어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건물 내부에 조성된 싱그러운 녹지정원을 거느림과 동시에 싱가포르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싱가포르의 주요 여행코스가 됐다.
이 정원은 허브와 야채를 재배하는 식용 정원으로도 사용된다. 이곳에서 키운 작물은 빌딩 내 레스토랑의 재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공항이 곧 여행지가 되다 ‘쥬얼 창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위치한 쥬얼 창이(Jewel Changi)는 공항을 자연과 결합한 또 다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2019년 4월 문을 연 쥬얼 창이는 기존 공항의 확장 필요성과 허브 공항으로서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약 8년간의 계획 끝에 완성됐다. 지상 5층, 지하 5층 규모의 복합 공간으로, 총면적은 약 13만5700㎡에 달한다.
쥬얼 창이의 중심에는 높이 40m의 ‘HSBC 레인 보르텍스(Rain Vortex)’가 위치해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폭포로, 둥근 아치형 천장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뒤에는 1만 그루가 넘는 나무와 식물로 조성된 열대우림 정원이 자리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이 공간은 공항 이용객뿐 아니라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내며 사랑받고 있다.
쥬얼 창이는 단순히 공항의 부속시설이 아니라, 쇼핑, 식음료, 환승호텔, 레저시설을 포함해 승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 명소로 기능한다.
이곳을 설계한 건축가 모셰 사프디(Moshe Safdie)는 “쥬얼 창이는 공항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한다”고 강조하며, 싱가포르의 정원 도시 비전을 건축물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했다.
창이공항 측은 “기존 터미널을 연결하고 외부 주차장 부지를 개발해 하나의 공항으로 통합한 결과, 하루 최대 30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며 “단순히 거쳐 가는 공항에서 머무르는 공항, 나아가 여행지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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