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기간인 지난 29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울산시립무용단 기획공연 ‘설 비나리’가 펼쳐졌다. 공연장은 설 명절을 맞아 대부분 가족 단위 관객들이 찾아 명절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을사년 새해를 맞아 푸른 뱀의 힘찬 기운을 선사하고자 마련된 이번 공연은 사물놀이로 시작됐다. 관객석에서 등장한 사물놀이는 관객들의 흥을 돋우며 순식간에 무대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그동안 울산시립무용단원들을 빛나게 해줬던 국악단이 전면에 나서 우리 가락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의미가 컸다.
울산시립무용단 국악단은 울산의 아름다움을 담아 작곡한 ‘청청청’, 산업화로 오염된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태화의 외침’ 등 다채로운 국악관현악을 들려줬다.
‘국악으로 여는 새해’라는 부제처럼 이날 연주한 곡들은 밝고 희망찼다. 이에 피리, 거문고, 가야금, 대금, 해금 등 국악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악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어린 아이들도 즐겁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의 민요 중 잘 알려진 통속 민요로 엮어 새롭게 만든 모음곡인 ‘민요의 향연’에서는 무대 양쪽에 비친 가사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이 여럿 있었다.
또 누군가에겐 추억이자 그리움으로 남을 사랑을 봄(설레임), 여름(열정), 가을(너그러움), 겨울(따뜻함) 등 사계절으로 표현한 ‘사랑 그리고…’는 국악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줬다. 국악기 특유의 깊고 풍성한 울림은 각 계절이 표현하는 사랑의 여운을 느끼게 했다.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끊임 없이 소통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소리꾼 정유정은 ‘자진뱃노래’에서 관객들이 불러야할 부분을 알려주며 함께 노래를 완성시켰다. 공연 마지막 판놀음에서는 관객들을 무대에 오르게 해 직접 버나를 돌리게 하거나 던지게 했다.
끝없이 올라가는 버나의 막대와 화려한 상모 돌리기 등은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60분으로 예정됐던 공연은 국악단의 앵콜 무대로 20여분 늦게 끝났다. 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공연장을 바로 떠나지 않고 다같이 사진을 찍으며 여운을 즐겼다.
박명희(59·울산 남구)씨는 “사위, 어머니와 함께 5가족이 찾았다. 사위는 러시아 사람이어서 국악 공연을 보는건 처음”이라며 “공연 마지막 관객들과 함께 한 판놀음 공연이 가장 좋았다. 설 명절 좋은 추억 만들고 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훈(33·서울)씨는 “오전에 성묘를 다녀온 뒤 가족들과 함께 즐길만한 문화예술 행사가 없을까 찾던 중 울산시립무용단 공연이 있다고 해 다같이 왔다”며 “울산을 주제로 작곡한 국악관현악 등 우리 가락을 온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해 좋았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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