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말 울산 중구 성안1길 일원에서 승용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돌진, 주차된 차량 10여 대를 연달아 들이받고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사고 차량 운전자인 70대 A씨는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경찰은 더 이상 운전하면 위험하다고 알렸지만 A씨는 “브레이크를 분명히 밟았다”며 면허반납을 거부했다. 결국 경찰과 가족의 설득 끝에 A씨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키로 했다.
울산은 자가용 승용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울산의 누적 자동차 등록 대수는 60만7481대에 달한다. 인구당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명으로 전국에서 서울, 경기, 부산 다음으로 높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령운전자·보행자 사고가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울산은 정시성을 갖춘 다른 교통수단도 없어 운전면허 반납을 꺼려하는 시민들이 많다. 고령운전자의 안전보행, 적극적인 면허 반납 동참이 결국 교통안전문화 향상에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제도적 노력과 함께 가족, 친구 차원의 독려도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울산 고령운전자 자진반납 한계…민관 협력 대응해야
울산경찰 관계자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발생해 운전면허 반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대부분은 수긍하지 않는다”며 “울산의 경우 특히 자가용 승용차가 없으면 당장 생활이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에 반납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교통문화 조성을 위해선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은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울산 교통사고 3620건 중 662건(18.2%)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 운전자 유발 교통사고로 8명이 숨지고 958명이 다쳤다. 최근 잇따르는 페달 오조작 사고도 고령운전자의 비율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의 자동차사고를 분석한 결과 65세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 점유율이 일반 운전자보다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령 운전자의 운전 면허 반납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지만 2023년 기준 울산의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률은 1.7%로, 전국 평균(2.4%)에 미치고 못하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75세 이상 노인들의 대중교통 요금 무료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시가 규정한 고령운전자 기준은 65세 이상으로 10살가량 차이가 있다.
시의 노년층 대중교통 무료화 방침이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시 지급되는 인센티브도 일회성에 그치는 만큼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으로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방법은 고령운전자의 친구, 가족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설득하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울산경찰 관계자는 “고령운전자들이 사고 발생 후 면허 반납을 반대할 때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며 “가까운 가족과 지인이 진심으로 안전을 걱정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운전면허 반납까지 유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에서 고령운전자들이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경우도 많아 면허 반납 진행까지 가는 게 어렵지만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면허 반납이 되도록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령 보행자 안전 보행 위해서 맞춤형 전략 도입해야
통계청 동계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대한민국의 고령자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15.1명으로 조사됐다. OECD 평균인 6.8명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국보다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곳은 콜롬비아 뿐이다. 지난 2023년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1240명으로 전체 사고의 48.6%에 달한다.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 유형을 보면 보행자 사고가 44.4%로 가장 많았다.
고령 보행자는 인지능력이 저하되다보니 교통 상황에서 빠른 대처가 어렵다. 이에 ‘안전 보행’을 고령보행자에게 직접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에 경찰은 집중하고 있다.
고령 보행자가 숙지해야 할 안전보행 수칙은 △오는 차를 눈으로 확인하고 건너기 △육교나 지하도의 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우면 근처 횡단보도 찾기 △야간이나 비오는 날 등은 야광조끼 덧입기 및 모자 등에 반사체 부착하기 등이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중구는 올해부터 맞춤형 고령 보행자 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고령 보행자의 안전보행은 결국 보행자 스스로의 인지가 가장 중요한 만큼 통·이장들을 직접 찾아가 지역 노인들에게 교통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있는 노인을 차량이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노인가구와 접점이 가장 많은 동장들을 대상으로 직접 교통법규 준수를 당부하며 안전문화 인식에 나서고 있다. 주위에서도 고령 보행자가 있는 경우 안전 교통문화 당부와 밝은 옷을 권하는 등 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해당 기사는 경상일보와 울산경찰청이 공동으로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