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번민과 고통은 커지는 법

‘오다 주웠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건네면서 툭 던지는 말.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밈이다.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갖은 고심과 정성을 들였으면서도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하는 이 말에는 흔히 ‘츤데레’라고 하는, 한껏 무심함과 쌀쌀맞음으로 위장하는 깊은 속정이 들어있다.
시의 제목 ‘농담’도 이런 반어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삶은 툭 던지는 농담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은 무겁고 진지하고 깊다는 것. 그럴 것이다. 시에 나타나는 사랑과 외로움은 가장 근원적이고 진실한 감정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그리움도 깊어지고 만약 그 대상을 만나지 못한다면 고통도 커질 것이다. 외로움이야 말해 무엇하랴.
시인은 그 깊어짐을 종소리에 빗대어 표현한다. 종을 세게, 아프게 칠수록 종소리는 멀리 퍼진다. 사랑이나 외로움이 깊어질수록 번민과 고통은 커지고 그 상처나 여운도 깊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것’ 앞에서 누구도 떠올리지 못하는 그 사람이야말로 멀리 가는 종소리처럼 누구보다 크게 아파하는, 크게 우는 사람 아닐까. 송은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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