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주부 A씨는 최근 생리량이 평소보다 과도하게 많아지고 생리통도 심해졌다. 여기에 화장실도 자주 가게 돼 비뇨기과에서 방광염 검사를 했으나 이상이 없었다. 결국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자궁근종은 증상이 거의 없어 검진 때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생리통·월경 과다로 병원을 찾았다가 발견하기도 한다. 보람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이종심 과장과 자궁근종 증상과 치료법 및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누적환자 60만명 넘어…무증상 대부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궁근종환자는 2020년 51만4260명에서 2년만에 약 20% 늘어 2022년 61만5883명을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30~40대가 32만506명으로 전체 자궁근종 환자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세포 하나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하나의 딱딱한 덩어리가 된 것을 말한다. 35세 이상 여성의 절반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양성종양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재로선 가족력, 에스트로겐 등과 연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람병원 산부인과 이종심 과장은 “자궁근종의 발생은 호르몬적 요인,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들로 설명될 수 있으나 아직 정확한 발생 이유가 알려져 있지는 않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성 호르몬의 대표적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자궁근종의 성장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또 “사춘기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가임기 여성에서는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크기도 커지지만 폐경기 여성에서는 자궁근종이 새롭게 생기거나 크기도 증가하지 않고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자궁근종은 대개 증상이 거의 없어 다른 이유로 초음파검사를 할 때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약 25% 여성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데 근종의 크기·위치·변성 유무에 따라서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자궁근종에 의한 빈혈·두통·피곤감과 같은 전신적인 증상이 있어도 그 원인이 자궁근종의 문제가 아니고 내과적 질환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증상은 비정상 자궁 출혈이다. 이 출혈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주로 월경 과다가 가장 많으며 평소와 비교해 월경기간이 길어졌다던가 월경시기가 아님에도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꼭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해 봐야 한다. 이처럼 비정상 출혈이 있을 때에는 빈혈로 인한 만성피로감과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다른 증상은 통증이다. 주로 생리통의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아랫배가 묵직한 불쾌감을 동반한 통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30세 이후 연 1회 정기 검사 필요
자궁근종 치료는 환자 나이, 증상 정도, 자궁근종 크기, 향후 임신 여부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로 나뉜다.
이종심 과장은 “약물치료에는 생리통과 생리량을 줄이기 위한 진통소염제, 피임약, 호르몬분비 피임장치,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여성호르몬 분비 차단제 등이 있다”며 “또한 비수술적 치료로는 고주파 열치료나 자궁동맥 색전술 등이 있으나 약물 및 비수술적 치료 모두 근본적 치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궁근종의 수술적 치료는 크게 자궁근종만 제거하는 근종절제술 방법과 근종이 위치한 자궁 전체를 적출하는 방법이 있다. 수술적 치료는 앞으로 임신을 해야 한다면 근종절제술을, 그리고 임신을 더는 필요로 하지 않으면 자궁적출술을 많이 한다.
이 과장은 “수술적 치료는 근종의 개수 크기 등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증상의 심한 정도, 나이, 출산,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최근 첫 출산 연령이 높아져 자궁을 보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복식근종절제술, 복강경하근종절제술을 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출산력을 보존하는 근종절제술의 경우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재발문제로 인한 재수술가능성, 장유착 등 수술 후의 문제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수술을 할 때 10㎝ 이상을 개복해서 했지만, 현재는 수술 대부분이 내시경(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하기 때문에 수술시간도 적게는 30분에서 1시간 안에 끝난다.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자궁근종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이 최선이다. 자궁근종 발생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더욱 경각심이 필요하다.
이 과장은 “자궁근종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는 위험인자들을 피하고 규칙적 운동과 스트레스관리, 식습관 개선의 변화를 통해 발생을 낮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정기적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는 증상이 있는 경우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