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민족의 기개 품은 조선백자 찬미
상머리 돋아온 달무리 시정도 까마아득하다
어떤 기교 어떤 품위도 아예 가까이 오지 말라
저 적막 범할 수 없어 꽃도 차마 못 꽂는다 -<草笛>

조선백자 속엔 우리 조선민족의 피가 흐른다. 단군조선의 홍익인간 이념이 배어있고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기상과 말발굽 소리를 조선백자 달항아리는 품고 있다.
8000년 고조선의 뿌리, 요하문명과 홍산문화의 맥이 조선백자 속으로 그 맥이 뛰고 있다.
바이칼호를 시원으로 하여 만리장성 그 이북의 광활한 공골초원과 만주들판, 지금의 중국 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까지를 모두 아우르던 우리 선조 배달민족의 맥박을 듣는다.
토기를 빚으며 고려청자의 비색을 넘어 조선의 분청자기를 건너 조선백자에 와서 드디어 우리는 조선의 홍익이념을 완성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완성은 참으로 고요하고 아름답다. 그것도 조선백자 달항아리에서 그 미학의 정점에 선다.
말하지 않고도 말하며 꾸미지 않으면서 눈부신 자태, 오로지 조선백자 달항아리는 홍익인간의 이념에 걸맞는 미학을 완성한 것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움 조선민족만이 갖고 있고 추구하는 단 한점의 인위적인 그림도, 빛깔도 허용하지 않는 순결한 백색만이 차분히 내려앉은 미의 세계를 열어놓은 것이다.
이 얼마나 눈부시며 심오하며 영원으로 가는 신비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인가.
우리는 조선의 달항아리를 빚은 민족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흰빛도 같고 푸른빛도 같은 그러나 그것 모두가 아닌, 순한 백색의 경지, 사람의 시선을 다 품어주는 고요함.
조선백자 대호를 바라보면 그 어깨의 당당함을 바라보는 이를 주눅들게 하지 않고, 만 사람의 시선을 품어 안아주는 너그러움에 몇 시간을 바라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홍익인간의 품위를 조선백자에서 본받고 그 숨결을 짚는다.
초정 선생은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였으며 김춘수 등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조직 예술운동을 했다.
한글운동, 교가 보급운동을 이끌었다.
초정의 ‘백자부’중에서 첫수를 외어 본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