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적응에 대한 지원은 충분
지난 2022년 갑작스럽게 동구에 보금자리를 튼 150여명의 아프간 주민들을 위한 지원 사업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현금을 대체해 일정 금액이 든 마트 카드를 주며 장을 보게 하는 등 자연스럽게 활동 반경을 넓히게 하는 등 동구에 터를 잡은 아프간 특별 기여자들은 비교적 빠르게 언어를 익히고 지역 사회에 녹아들었다.
정착 초기 동구가족센터는 한국어 교육은 물론 병원·약국 등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필수시설 등을 함께 다니며 이들이 낯선 사회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끔 손을 내밀었다.
또 미디어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프간 주민들을 위해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비롯해 울산페이 등 가상화폐와 키오스크 활용법 등도 교육했다.
모국인 아프간에서는 외부 활동이 불가능해 외출조차 쉽지 않았던 아프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요리 만들기, 학부모 교육 등을 진행해 한국 문화와 사회에 익숙해지도록 돕기도 했다.
특히 한국 학교에 배정받아 등교하게 된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며 한국어에 익숙해졌고, 한국어가 서툰 부모 세대와 한국어로 소통하게 되면서 이들의 한국 적응에 시너지가 생기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청소년 시기 한국에 들어와 성인이 된 아프간 특별기여자 2세들은 대부분 한국생활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 시기 한국에 들어와 울산과학대에 재학 중인 아벳 이마드(25)씨는 대학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국내 곳곳을 여행하는 등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마드씨는 “한국 생활이 너무 즐겁다”면서 “처음에는 낯선 국가에 와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주변에서 물심양면으로 잘 도와주신 덕에 지금은 한국인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원하던 공부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직·전직 지원은 부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손길 덕분에 이들의 한국살이는 순탄할 것 같았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의료계 등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높은 임금과 복지를 누리던 이들은 본업과 달리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는 생소한 일자리 때문에 현실적인 벽을 만났다.
이전 직업과 연관이 있는 다른 직업을 찾고 싶었던 이들은, 이직을 지원하고 기술 개발을 통한 숙련기술자로의 성장을 이끌 전담기관이나 프로그램이 없어 동구에서 새 직장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일부 특별기여자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 동구를 떠났다.
물론 이 문제는 아프간 특별기여자에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일자리를 찾아서 울산에 온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도 일감이 떨어지거나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일자리를 연결해 줄 기관을 찾지 못해 결국 한국을 떠나거나 다른 시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2025년 기준 울산 5개 구·군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 중인 동구는 최근 외국인 주민 지원을 위한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그럼에도 당장 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교육 등 커뮤니티 사업에 집중하느라 기존의 생활 적응 교육 외에 추가적인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매년 새로운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있고 당장 이들을 위한 적응 프로그램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보니 이들을 숙련공으로 양성할 자격증 교육 등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추가로 운영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체계적인 직업 교육을 제공하려면 이를 전담해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기관·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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