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서 학교폭력으로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들이 입시 불이익을 피하고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학폭에 대한 교육과 처벌이 강화되자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대신, 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처벌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3년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중대 학폭으로 출석정지, 학급교체, 강제전학, 퇴학 등의 처분을 받을 경우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졸업 후 최대 4년간 유지하고, 모든 유형의 대입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또 전학 처분이 떨어지면 집행정지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우선 전학을 먼저 보내게 했다. 생기부 기재 지연 전략을 염두에 둔 대책이었다.
이후 행정소송을 통한 생기부 기록 기재 지연 전략은 사라지는 듯했다. 실제 강제 전학에 대한 소송이 지난 2023년 6건에서 지난해 3건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수하거나, 자퇴 후 검정고시를 치더라도 여전히 대입에 불이익을 받다 보니, 생기부 기록을 유보할 수 있는 3호 이하 처분으로 처벌을 경감하는 또 다른 전략이 성행하고 있다. 3호 이하 처분은 1회에 한해 생기부 기재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집행정지 등 소송을 통한 생기부 기록 지연을 노리던 전략에서, 이제는 행정심판 단계부터 법무사, 변호사 등을 대동해 처벌을 경감하려는 노선으로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학폭에 대한 행정심판 건수는 지난 2022년 14건에서 2023년 26건, 지난해 4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행정소송은 지난 2022년 2건, 2023년 15건, 지난해 12건으로 늘었다.
시교육청은 학폭을 줄이기 위해 많은 교육을 시행했다. 하지만 처벌이 강화되자 일선에서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가 아닌 학폭심의위원회 위원이나 판사들에게 선처를 구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일부 가해자들은 전학 처분을 받았는데, 당장 목전에 둔 대입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2중 3중 처벌이 피해자 때문이라고 탓하기도 한다.
심지어 성폭력이 연계된 학폭의 경우 학폭 처벌 대신 형사 처벌을 내려달라는 경우도 있다. 대입에 영향을 주는 학폭 처벌 대신 대학 졸업 후 입사 시 일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형사 처벌을 원하는 것이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행정심판 증가 추세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다. 학폭의 60~70%는 아이들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인데, 대형 학폭 사건이 터지면 해당 사건으로 학폭 이미지가 각인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처럼 소송이 일상화되고, 본인의 잘못을 소송으로 줄이거나 면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학생들이 사회로 나갈 때가 되면 변호사들이 바빠질 것 같다”고 밝혔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