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찾지 못한 코리안드림]문화장벽 여전…히잡탓 알바 퇴짜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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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찾지 못한 코리안드림]문화장벽 여전…히잡탓 알바 퇴짜 다반사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4.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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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자료사진)
히잡(자료사진)

울산을 찾은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운데 3분의 1이 울산을 떠난 가운데, 정착 과정에서 배척이나 차별이 존재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지역 곳곳에서는 특별기여자를 이웃으로 여기고 다가서는 발걸음이 이들의 정착에 도움이 됐다는 반론이 나온다.



◇막연한 두려움에 민원 다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수용 당시 울산에서 가장 외국인 주민이 적었던 동구는 예고 없이 150명 가까운 숫자의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했다. 급격히 바뀐 일상에 주민들은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다. 불안은 곧바로 민원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결정 이후 한동안 동구 홈페이지 등 각종 지역 커뮤니티에는 “치안이 걱정된다” “동네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등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거주 소식에 인근 아파트에서는 외부인이 아파트에 들어와 놀지 않도록 해달라는 민원이 지속 제기됐다. 이 밖에도 인근 지역에 CCTV를 늘려달라는 등의 요구가 빗발치는 등 낯선 문화에 대한 두려움이 낳은 막연한 거부감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시간 지나며 이웃으로 받아들여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지역 곳곳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일상의 변화가 나타났다. 시간이 흐르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길거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보이는 게 익숙하다”는 목소리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은 한 주민이 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과 외국인 주민과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자 자진해서 교육에 참석하거나 자원봉사에 나섰다.

수 년째 지역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는 최모씨는 몇 년 전과 비교해 지역민들로부터 외국인 주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처음 외국인 주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는 외모도 다르고 대화가 안돼 무리지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유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이전과 같이 경계하는 목소리는 대부분 사라졌다”고 말했다.

올해로 19살이 된 압둘라의 집에는 매일 같이 새로운 손님들로 활기가 돈다. 처음에는 다른 외모의 주민들을 낯설어 하던 지역 주민들은 물론, 아버지의 직장동료와 인근 주민들까지 종종 방문해 함께 식사를 나눈다.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압둘라에게는 학교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어느덧 정착 4년차 아프간 가족들을 낯설어하며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던 친구들과도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서 특별하지 않은 동급생 압둘라가 됐다. 이는 이들의 적응을 위해 준비된 특별한 방과후 한국어 수업 덕분이다.

압둘라는 “정착 초기 본국과 너무 다른 환경과 언어에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언어를 익혀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은 집에도 초대할 수 있을 만큼 친한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화 차이에 의한 편견은 여전

그럼에도 일부는 여전히 다른 외모나 복장 때문에 이유 모를 시선을 받고 종교적 문화 차이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상적인 취업 조차 어려운 경우도 빈번하다. 생활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던 문화 차이에 의한 편견이 인터뷰와 면접장, 생활 속에서 되살아났다.

특히 히잡을 착용하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여성의 경우 카페나 편의점 등 간단한 아르바이트 조차도 복장 문제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압둘라의 누나인 조흐라 역시 이같은 사례다. 그는 능숙한 외국어 실력을 토대로 호텔리어가 되는 꿈을 안고 최근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원하는 직종에 취업하지 못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종교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차이도 여전히 산재해 있다고 말한다. 매년 울산에는 아프간을 비롯한 이슬람권 출신 외국인이 유입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종교·문화 커뮤니티는 거의 전무하다. 이에 결국 많은 이들이 인천이나 수원 등 기존 이슬람 공동체가 형성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역시도 울산은 정착의 의미를 품기 어려운 단기 정착지로 남게하는 요인 중 하나다.

김재현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 통역사는 “아프간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지만 울산은 이들이 모여 종교활동을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이 부분을 해소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아프간 주민 이탈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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