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서는 울산시의회와 중구·남구·울주군의회가 일찍이 전자회의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자회의 및 전자투표, 전자 시나리오 구현 등이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불필요한 인쇄물 및 행정력 낭비를 줄였다.
울산시교육청 또한 전자칠판을 활용해 회의자료용 출력물을 없애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종이 없는 스마트 보고 환경’을 구축했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자원을 절약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지만, 인쇄·출판업계에는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15일 찾은 울산대학교 일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용 인쇄물과 교재를 제본하러 온 학생들이 인쇄소 앞에 줄을 섰지만, 지금은 한산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 시행되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학습 방식이 주류를 이루며 ‘페이퍼리스(Paperless) 캠퍼스’ 문화가 완전히 자리잡은 영향이다.
인근에서 30여년째 복사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일대 복사집 모두가 어려워졌다. 학생들이 필요한 문서를 인쇄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4대 비치해뒀지만 요즘은 1~2대만 켜놓을 정도”라며 “대부분 학생들이 PDF 교재와 태블릿을 이용하다 보니 인쇄 물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관내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의 사업체·종사자 수는 지난 2020년 228개·536명에서 2023년 190개·427명으로 각각 20%가량 줄어들었다.
학교 안에 위치한 구내서점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구내서점 사장 B씨는 “코로나19 이후로 매해 10~15%가량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며 “E북이 대중화되면서 전공서적 외 일반 서적 판매량도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독서문화가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도서관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울산과학대학교 도서관의 도서 유형별 구입 현황을 살펴보면 종이책은 2020년 4812권에서 2023년 3889권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자책은 768권에서 2265권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종이산업 전반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업주들이 시대에 맞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일선에선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울산인쇄협동조합 관계자는 “학교나 기업, 기관들이 자료를 디지털화 시키는 추세라 업계의 시름이 깊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인쇄업계 종사자 중 다수가 고령이다 보니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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