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된 반려식물 문화 속, 울산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민간 ‘반려식물 치료센터’가 속속 문을 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울산시도 이르면 올 하반기 식물 전문 진료소인 ‘공공 반려식물 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어 반려식물 문화 확산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남구 공업탑 일대의 한 화원 옆에는 ‘반려식물 치료센터’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이곳은 정식 자격을 갖춘 원예 전문가가 식물의 상태를 진단하고 관리 방법을 안내하는 곳이다.
지난해 11월 울산 최초로 문을 연 이 센터는 꾸준히 방문객이 늘고 있다. 이곳을 포함해 울산에는 총 5곳의 반려식물 치료센터가 운영 중이다.
운영자 박민숙씨(여·67)는 “대부분 20~30대 젊은 손님들이 혼자 키우는 화분을 들고 찾아온다”며 “직접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진을 보내 원격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40~50대 고객도 찾아오는 등 고객 연령층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반려식물 치료센터를 열기 위해서는 ‘반려식물관리사’ 민간자격증과 국가 공인 화훼장식기능사 등 자격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화원협회 등 관련 기관의 인증도 받아야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상담이 가능하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반려식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우울감 등 정서적으로 지친 1인 가구,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식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이른바 ‘식집사(식물+집사)’ 문화가 퍼져나간 것이다.
지자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구와 울주군은 반려식물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공단 등은 ‘반려식물 키우기 캠페인’을 통해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역시 지원에 나섰다. 지난 1월 서울시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공공 반려식물병원 구축을 위한 벤치마킹에 나섰으며, 농업기술센터 내 리모델링을 거쳐 하반기 개원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서울, 경주, 대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공공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박민숙씨는 “예전에는 식물이 시들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왜 아픈지 묻고 치료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원예가 과거에는 중장년층의 취미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식물을 단순한 장식이 아닌 정서적 교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걸 실감한다”고 밝혔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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