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학대 대안 없어 악순환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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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 학대 대안 없어 악순환 되풀이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04.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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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이다.

지난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다 1981년부터 정부가 장애인의 날로 정해 올해로 45년째를 맞았지만 아직 제정 취지 달성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와 지자체, 단체 등의 노력으로 과거에 비해 장애인 인권 옹호를 위한 예방적 조치나 인권 침해 사후에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많이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에는 못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북구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태연재활원에서 발생한 상습 학대사건은 물론, 앞서 2021년 한 장애인시설에서 시설장이 성인 장애인 학생을 1년여간 성폭행한 울산판 도가니 사건 등 장애인 인권 침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지자체는 실태 점검 등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장애인 인권 침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37세 초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박원숙 태연재활원 부모회 대표는 “내 아이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시설에 믿고 맡겼다”며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아이가 짐승처럼 맞고 살았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자녀의 학대를 알게 되더라도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보호자마저도 시설 폐쇄는 원치 않는 게 현실이다.

박원숙 대표는 “태연재활원이 1988년에 개원했다. 개원한지 오래된 만큼 태연재활원에 자녀를 맡긴 부모들의 나이가 70~80대 이상인 경우가 많다”며 “태연재활원에 초중증장애인이 35명 있는데 이들은 자립이 어렵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태연재활원의 폐쇄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증장애인은 물론 가족들도 자립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중증장애인 자립에 대한 정보 부족에서 기인됐다는 분석이 있다.

2020년 울산연구원이 발행한 ‘울산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조사’를 보면 울산 장애인 자립센터 이용 경험 여부에 대해 53.4%가 ‘이용 경험 없음’이라고 답했다. 또 울산 장애인 자립센터를 아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43.6%가 ‘모른다’고 답해 장애인 자립이 여전히 울산에 자리잡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장애인들의 인권이 존중받고 이들이 지역 사회와 잘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이 지역과 사람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울산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2026년 3월27일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 법률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중심으로 살던 곳에서 안정된 일상을 살아가도록 의료, 일상 유지, 주거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을 담고 있다”며 “지역 단위에서 장애인의 강점 및 자산을 기반으로 당사자 중심의 장애인 복지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내 장애인 복지 흐름이 거주시설 위주에서 지역 사회에서의 재활·치료 중심, 자립 생활로 변하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실제로 최근 장애인 지역 사회 자립·주거전환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김종훈 울산장애인자립생활협회 이사장은 “울산은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주거공간과 이동권 등 인프라가 열악하다. 거기다 자립과 관련해 부모와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도 다른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 자녀들도 충분히 사회서비스 지원을 받으면서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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