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울산지역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로 기록된 울주군 온양 산불이 발생한 지 정확히 한 달째 접어들었다. 축구장 1300개 규모의 산림이 타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나, 현장에서는 조금씩 새 생명이 움트고 있다. 주민들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여전히 화마가 덮친 그날의 기억을 좀처럼 떨치지 못하고 있다.
21일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일원. 산불 발생 당시 누렇게 물들고 탄내가 진동했던 대기가 파랗고 청명하다.
대운산을 포함해 일대 야산들은 봄을 알리듯 푸른색을 뽐내고 있다. 일부 야산은 푸른색 나무 사이사이로 붉게 물든 고사목들이 얼룩처럼 남아 있다.
가까이서 보면 나무 밑동은 새카맣게 탔지만, 이파리가 자라난 나무 윗부분에서는 다시 싹이 나거나 푸른 잎을 뽐내고 있다. 다만, 진화가 어려웠던 대운산 봉우리 인근의 화재 현장에서는 여전히 탄내가 남아 있다.
산불 당시 경로당, 체육관, 친척 집 등으로 대피했던 마을 주민들은 새까맣게 탄 나무들을 배경으로 다시 밭을 일구고 있다.
이날 산불 피해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피해 복구 지원 방안을 확정하고, 재난이 지나간 뒤 현장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희망했다.
산불 현장 인근에서 경운기를 몰던 노모(60) 씨는 “방송에서 다른 지역 산불 뉴스를 보거나 피해 상황을 보여주면 또다시 산불이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 이런 마음은 안 당해보면 모른다”며 “울산은 경북 등 타지역과 비교해 민간의 피해가 적다 보니 피해 조사만 하고 아직 보상 규모나 방법에 대해 나온 게 전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은 재난이나 사고 당시에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막상 재난이 지나간 뒤에는 주민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다”며 “정말 주민을 생각한다면 재난·사고 이후 조치가 얼마나 잘 돼 있는지 들여다보고, 주민 건의 사항을 듣고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일부 주민들은 산불로 발생한 농업 폐기물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허가 농막에 대한 피해 보상은 어렵더라도, 철거 등 사후 처리에 대한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운기, 농기계, 영농 자재 등은 개인이 처리하기 어렵기에, 처리를 개인에게 맡길 시 땅에 파묻거나 소각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이 아닌 외지인들이 설치한 무허가 농막과 논밭의 경우 마을 이장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행정 당국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더라도, 연락할 방법이 없어 차후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울산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온양·언양 산불은 엿새간 1190㏊의 산림을 불태우고 주택 3곳, 창고 6곳 등의 시설물 피해를 남겼다. 또 이번 산불로 철쭉군락지 일원이 소실돼 오는 5월 예정된 대운산철쭉제의 차질이 예상된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21일부터 이재민 지원과 관계기관 간 연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별도 전담 기구인 ‘경북·경남·울산지역 산불 피해복구 지원단’을 운영한다. 지원단은 복구 계획에 따른 이재민 구호와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 사항을 지속 관리·지원한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