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으로 얼룩진 울산 교육 현장 치유에 적극적으로 나선 한 교사가 있다. 학폭 해결의 열쇠는 ‘관계 회복’이라는 교육 철학 아래, 처벌보다는 ‘대화’를 선택한 울산 유곡중학교 조혜정 교사를 23일 만났다.
조 교사는 “사람이 모여 사는 집단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사과와 용서로 서로를 배려하며 성장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이 내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울산 내 학폭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울산 초·중·고에서 접수된 학폭은 1500여 건으로, 2년 사이 1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이 발생할 때마다 학폭 심의는 언제 진행되는지, 가해 학생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등 대부분 법적 절차에 관심이 집중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조 교사는 학폭 사안을 ‘처벌’보다는 ‘관계 회복’을 중심으로 풀어내며 학교장 자체 해결을 이끌고 있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양측 보호자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감정을 진솔하게 나누는 ‘대화모임’이 그 일환이다.
감정 카드를 활용해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이끈다. 훈계나 지시 대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오가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다. 이처럼 학폭 사안마다 대화모임을 추진하자, 학생과 보호자의 마음도 조금씩 열렸다는 게 조 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란 결국 피해 학생이 일상생활로 얼마나 잘 복귀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피해 학생의 학교 적응을 수시로 확인하고 보호자와 꾸준히 소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접 만남이 어려운 경우에는 편지로 진심을 전하고, 제3자인 조사관 면담으로 학생들이 자기 잘못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돕는다”며 “가해 학생이 조치를 받지 않더라도, 학교장 자체 해결이라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충분히 경각심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조혜정 교사는 앞으로도 ‘피해 학생도 가해 학생도 모두 나의 학생이며, 모두가 바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신념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 덕분에 학교는 학폭이 발생해도 소통과 관계 회복으로 ‘화해’ ‘성장’이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