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서 교육의 장으로…진화하는 경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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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에서 교육의 장으로…진화하는 경로당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4.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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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울산 동구 전하경로당에서 이용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경로당은 놀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변하고 있다. 지역 경로당이 단순한 사랑방을 넘어 ‘교육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고령화 시대 노인 복지의 또 다른 거점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3일 울산 남구 월평경로당, 약 15명의 어르신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인근 카페로 이동해 키오스크를 이용해 직접 음료를 주문하는 실습까지 마쳤다.

교육을 듣기 위해 월평경로당에 등록했다는 장정자(82)씨는 “손자와 자녀들에게 편하게 문자로 대화하고 싶어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제는 카페에 가서도 손주들처럼 혼자 주문할 수 있다”며 웃었다.

동구 전하경로당에서는 지난 25일 치매 예방 교육과 한글 교육이 진행됐다. 신청자가 예상보다 더 몰리면서 최근에는 2명분의 자리를 추가로 마련했다.

최학자(83) 전하경로당 회장은 “경로당이 예전에는 모여 쉬거나 이야기나 하던 곳이었지만, 교육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이제는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이 됐다”며 “공부를 시작한 이후 이용자 간 소통도 늘고 교육 외에도 소풍이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추가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울산에 등록된 경로당은 총 842곳이다. 과거에는 주로 사랑방처럼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용도로 이용됐지만 각 구·군 노인지회와 지자체가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경로당의 기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년기 사회적 고립은 치매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 때문에 야외활동이나 사회적 참여가 노년기 정신적·신체적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복지관 이용자보다 평균 연령대가 높은 경로당 이용자들은 이동이 어렵거나 복지관 프로그램 참여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이 경로당 안으로 들어오면서 복지관 프로그램 참여가 어려운 이용자들에게 교육·활동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로당들은 ‘작은 복지관’으로 불릴 만큼 기능이 다변화하고 있다. 각종 건강 교육, 정보화 교육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과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지자체 차원의 정책 발굴과 예산 투자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끼기 힘들고 그냥 노는 곳’이라는 인식에 경로당을 찾지 않던 어르신들도 교육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사회활동을 재개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군 차원의 예산 차이 등의 문제로 경로당 시설 수준 차이가 크고 전문적인 강사 수급이 어려운 점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요즘, 경로당은 마을 단위 복지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울산에서는 지역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 경로당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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