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닷새 사이 울산 울주군에서 아파트 외벽 작업을 하던 작업자들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안전관리 미흡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8일 오전 10시28분께 범서읍 구영리의 한 아파트에서 외벽 도색 전 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던 50대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 사고는 고소차 등 안전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작업자가 줄 하나에만 의지한 채 작업을 하다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경찰청과 고용노동부는 업무상과실치사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보다 4일 앞선 지난 24일 오전 11시42분께 온양읍 망양리의 한 아파트에서 가스배관 보수 공사를 하던 40대가 21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사고 당시 작업자는 달비계(로프)에 의지해 외벽 배관 교체 작업 중이었지만,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할 보조줄(수직구명줄)을 설치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각각의 로프를 2곳 이상의 고정점에 결속하고, 별도의 수직구명줄에 안전대를 착용·체결하는 것이 기본 안전수칙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참변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이 공개한 ‘2024년 울산 중대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에서는 총 20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 이 중 8건(40%)이 추락사고였다.
지난해 중·남구에서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올해 2월 외벽 작업 안전조치 위반에 대해 집중 단속을 예고하고, 생명줄 미설치와 안전 보호구 미착용 시 형사처벌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장치 미설치, 보호구 미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실정이다.
고소작업 등 고위험 작업 시 필수인 이중 안전장치와 보호구 착용이 현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작업 편의 등의 이유로 무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밧줄 등 주요 장비의 손상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강철 와이어 등 더 안전한 장비 사용이 기피되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외벽 작업 추락사의 경우 ‘명백한 예방 가능한 인재’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등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추락사를 예방하기 위해 수직구명줄 설치 등 산업안전보건법이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관련 법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지 않다”며 “지난해에 이어 연이어 발생하는 추락사고 추이를 볼 때 현장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