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30일 로맨스스캠 조직 총책 A씨 부부 등 45명을 입건하고 이중 10명을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건물을 매입해 사무실을 차리고, SNS에서 수집한 일반인 사진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34세 여성 B씨’ 등 가상의 인물 몇 명을 만들었다.
이들은 외모뿐 아니라 혈액형, 성격유형(MBTI), 부모 직업, 학력, 자산 상황까지 치밀하게 구성해 가상 인물을 실제 인물처럼 보이게 했다.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에는 채팅 담당 직원들이 10~15일치 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매일 메신저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마치 연인 사이가 된 것처럼 감정을 쌓아가며 피해자의 신뢰를 얻었다. 일부는 B씨의 얼굴로 만든 딥페이크 영상으로 영상통화까지 진행해 피해자들이 실존 인물이라 믿게 만들었다.
가상 인물 B씨는 “부모님이 유복하고 자신은 투자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같이 투자 공부하자”고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피해자들이 여기에 응하면 조직 내 또 다른 구성원이 딥페이크로 만든 또다른 ‘유명 경제 전문가’로 가장해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신뢰를 심었다. 이후 실제 유명 투자회사 이름을 도용한 가짜 투자 사이트와 대포통장 정보를 제공하고 가상자산이나 주식투자를 유도했다.
조직은 범행을 위해 △채팅 담당 △영상통화 담당 △유튜브 강의 담당 △화력팀(조회수 조작) △자금세탁팀 등으로 철저히 분업화됐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피해자 100여 명에게서 총 120억원을 갈취했고 이를 코인·상품권 거래 방식으로 현금화했다.
피해자는 중소기업 대표, 주부, 노인, 장애인 등 다양했으며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8억8000만원까지 뜯긴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대포폰, 대포통장, 관련 사이트 등을 확보하고 해당 사이트 차단 조치를 마쳤다. 캄보디아에 체류 중이던 총책 부부 두 명은 현재 현지에 구금돼 있으며 경찰은 인터폴과 협조해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이 연락한다면 무조건 의심해봐야 하고, 특히 해외 고액 알바 등으로 유혹하는 SNS 채용 공고에 주의해야 한다”며 “속아서 갔다 하더라도 범죄단체 가입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