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에 선 ‘문현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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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에 선 ‘문현 오일장’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5.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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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 방어동에서 유일한 오일장 ‘문현 오일장’이 쇠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찾은 문현 오일장 초입 모습.

울산 동구 방어동의 유일한 오일장인 ‘문현 오일장’이 쇠락하고 있다. 한때 지역 최대 장으로 불릴 만큼 활기를 띠었지만, 조선업 침체에 따른 인구 이탈과 유통 환경 변화가 겹치며 상인과 이용객이 모두 급감했다.

지난 1일 이른 아침, 남진어린이공원부터 현대비치아파트 사이로 늘어선 문현 오일장에 상인 몇몇이 자리를 잡았다. 길게 늘어선 리어카와 좌판 사이로 장을 찾은 주민들이 하나둘 오갔다. 약 1㎞에 이르는 장터 구간은 과거에는 박스 형태로 노점과 좌판이 빼곡히 들어차기도 했지만 이제는 빈 곳이 더 많은 한산한 풍경이 일상이 됐다.

문현 오일장은 방어동 일원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오일장이다. 1일과 6일, 그리고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1·6일장’과 ‘토요장’으로 운영된다.

오일장의 쇠퇴는 지역 유동 인구 감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방어동 일대는 현대중공업 종사자들이 대거 거주하던 곳으로 현대비치아파트, 만세대아파트 등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수요가 풍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하동, 북구 등으로 이주한 인구가 늘었고 방어동 내 유동 인구는 점차 감소했다. 동시에 온라인 유통이 일상화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도 끊겼다. 이와 함께 인근 상가들과의 갈등이 겹치며 한때 80~100곳에 이르던 점포 수는 20여 곳으로 줄었다.

토요장 상인 김영호씨는 “2000년대 초만 해도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면서 “꽃 하나 사러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지금은 뒤를 잇겠다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1·6일장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강석구씨는 “오래 봐온 어르신들이라도 찾아줘 장사를 이어왔는데 이제는 그분들조차도 온라인 주문을 더 익숙해해 이젠 오일장 문화 자체가 우리 세대를 넘기기 힘들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 정모(48)씨는 “남편 따라 동구로 이사 온 뒤 20년 넘게 여기서 장을 봐왔다”며 “시장 한 바퀴만 돌면 일주일 치 반찬거리까지 다 살 수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같은 사거리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현찬씨는 “유동 인구 자체가 적은 곳인데 그나마 장날 덕에 장사가 됐다”며 “요즘엔 부쩍 한산해진 장터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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