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다문화가정 서담이네, 좁고 낡은집서 네식구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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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다문화가정 서담이네, 좁고 낡은집서 네식구 고군분투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05.09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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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담이네 가족이 함께 잠을 자고 생활하는 방.

울산의 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서담(가명, 만 11세)이는 부모님께 말하지 못한 걱정이 있다.

서담이네 네 식구는 20평 남짓한 오래된 집에서 한 방에 이불을 펴고 함께 잠을 잔다. 사춘기에 접어든 서담이는 점점 부모님, 성별이 다른 동생과 같은 방을 쓰는 게 불편해졌지만 따로 쓸 방도, 그럴 여유도 없다.

서담이네 집은 1998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작은 방 3개로 이뤄져 있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협소하고 수납할 가구가 부족해 방은 옷가지와 박스, 짐들로 가득 차 있다.

아이들은 책상 하나 없이 방바닥에 밥상을 펴고 숙제를 한다. 네 식구는 모두 안방 한 곳에 이불을 깔고 함께 잠을 자며 생활하고 있다.

벽지는 곰팡이와 낙서로 얼룩져 있고 곳곳에 손 때 탄 문틀과 낡은 싱크대가 그대로 남아 있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도배와 장판 교체조차 어려웠다. 벽에는 어릴 적 서담이와 여동생이 그려놓은 낙서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서담이의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며 매월 불규칙한 소득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서담이 어머니는 베트남 출신으로 국적을 취득했지만 한국어가 서툴러 외부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담이의 아버지는 “어디 가서 아이가 다문화가정이라고 주눅 들지 않도록 키우고 싶었다”며 “더 넓고 나은 집으로 이사라도 가고 싶어도 비용 부담 때문에 쉽지 않다”고 경제적 고충을 털어놨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서담이는 또래 친구들처럼 침대나 책상이 있는 자기 방을 갖고 싶지만 부모님께 내색하지 않는다.

다문화가정을 돕는 인근 가족센터는 서담이네 가족이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초록우산과 함께 지역 사회 내 복지서비스 연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근 가족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당장 급한 도배와 장판을 교체하고 차근차근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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