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울산 북구의 A 종묘사. 진한 흙냄새와 함께 꽃이 피기 시작한 모종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매년 돌아오는 봄 풍경이지만 모종을 고르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다소 낯설다. 흙 묻은 장갑과 장화 대신 운동화에 아기띠를 맨 젊은 부부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청년들이 가게를 채우고 있다.
이 종묘사의 지난해 20·30세대 고객 매출은 전체 매출의 40%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땅을 가진 영농 후계자들이 주로 종묘사 문턱을 넘었다면 지금은 주말에 베란다 텃밭을 가꾸는 1인 가구, 지자체 등에서 분양받은 5~10평 남짓한 공유 텃밭을 일구는 청년들이 주 고객이다.붐A 종묘사 사장 신모씨는 “예전에는 고령층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신혼부부나 직장인 등 젊은 고객의 방문이 늘었다”며 “집 앞 마당에서도 소규모 경작이 가능해졌고 도시 텃밭 사업 등 정책 홍보가 강화된 것 등이 원인이다”고 말했다.
울주군의 또 다른 종묘업체도 비슷한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 울주군 B 종묘사 관계자는 “이전에 비해 기술 개발로 재배 방식이 다양해졌다”며 “SNS를 통한 정보 공유, 단기 텃밭 임대 등 접근성이 좋아진 점이 청년층 유입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3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식료품 물가 상승을 계기로 파, 상추 등 간단한 채소를 직접 재배해 소비하는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젊은 층의 참여가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사뿐만 아니라 낚시도 청년들 사이에서 조용히 붐을 일으키고 있다. 관계자들은 특히 낚시 장비의 간소화와 정보 공유 플랫폼 확장으로 낚시에 대한 진입 장벽이 허물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 청년 낚시인 이민규(31)씨는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80명 남짓 규모의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성 중심의 소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여성과 젊은층 회원 수요가 눈에 띄게 늘자,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바꿨다.
이씨는 “요즘은 정보 공유도 전보다 쉽고 예전에는 냄새나는 미끼를 써야 했지만 이제는 인공 미끼로도 다양한 어종을 낚을 수 있다”며 “입문 패키지도 저렴하고 간편해져 또래들로부터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이준학씨는 “낚시를 주제로 한 대중 콘텐츠와 팬데믹 당시 비대면 야외 활동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며 청년 낚시인이 급증했다”며 “울산에서 4개 정도의 낚시인 동호회를 나가고 있는데 동호회원 전체의 40~50%가 20~30대”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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