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찾은 중구 성남동 일대. ‘24시간 무인’이라고 적힌 성인용품점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중·고교생의 쇼핑공간이자 놀이터인 성남동 젊음의 거리 인근인데다 양사초등학교와 불과 300여m 거리에 위치해있다.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적힌 출입문을 열자 성인 인증을 위한 기계가 설치돼 있었지만 본인 확인 절차가 없어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면 청소년이라도 입장이 가능했다.
역시 신분증으로 성인 인증을 해야 상품이 진열된 공간의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었지만 이미 문은 열려 있었다.
같은 날 남구 달동에서도 대현중학교와 도보 5분 거리에 쇼윈도 밖으로 속옷 차림의 마네킹이 보이는 성인용품점이 운영되고 있었다.
인근을 지나던 학성동 주민 A(38)씨는 “성인용품점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겠지만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학교와 가까운 도심 한복판에 이런 가게가 있어 걱정스럽다”며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인 데다 무인 가게도 많아지는 추세라 왜곡된 성 가치관을 심어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법에 의하면 성인용품은 청소년 유해물로 분류된다. 따라서 청소년은 성인용품 매장에 입장할 수 없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물건을 판매·배포한 자, 청소년을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출입시킨 자는 각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도 신체의 모양을 본 딴 성기구를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하고 청소년에게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판매 및 대여를 위해 청소년 유해물건을 전시·진열한 업소 역시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다.
하지만 성인용품업은 신고나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업’으로 분류되며,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에 따라 학교에서 직선거리 200m 반경을 벗어나면 개업할 수 있어 규제할 근거가 없다.
특히 학교가 아닌 학원의 경우 주변에 교육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유해업소가 없어야 설립이 가능하다는 법률(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있지만, 학원이 설립된 뒤 성인용품점이 들어설 경우 이를 제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울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청소년이 무인 성인용품 가게에 출입하거나 물건을 사는 현장을 적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청소년 보호와 지역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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